전문의 수 줄고 전문병원 늘었지만 실제론 치료 중단
마약환자 늘어도 예산 그대로…전문가 "예산 더 확충돼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1명이던 마약중독 전문의가 사직하면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중독치료는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부가 지정한 마약 치료 전담병원에 전문의가 없어 치료가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마약환자 급증에도 전문의 오히려 줄어…병원 "의사 없다"
9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비해 2022년 기준, 마약 관련 지정 병상 수와 전문의 수는 모두 줄었다. 2017년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와 취재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병상 수는 412개에서 216개로 절반가량 줄었고 전문의 수도 170명에서 135명으로 줄었다.
치료 병원 수는 2017년 23개에서 올해 3개 병원 신규 지정으로 24개로 늘었지만 실제 취재 결과 대부분 병원에서 마약 전문의 부족 등으로 마약 관련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다.
한 관계자는 "1명이던 중독전문의가 사직하면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마약 중독치료는 현재 중단된 상태"라며 "마약류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문제가 된 마약 중독 외 1개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난이도가 최상위에 속하는 환자군"이라고 전했다. 숙련된 전문의가 필요한 만큼 충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에도 마약 중독 전문의는 따로 두지 않아 마약 환자를 정신과전문의가 도맡아 진료하거나, 마약 환자를 따로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의 한 병원 관계자는 "현재 기준 마약 관련 전문의는 따로 없고 관련 공고를 6월 말부터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마약사범 수가 4000명을 넘어서는 등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사범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는 '치료 및 예방' 실태가 부실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대검찰청 마약류 월간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 수는 4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80명과 비교해 33.9 증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 2023년 기준으로는 늘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예산 부족으로 처우 개선 안 돼…"예산 확보 시급"
전문가들은 마약 치료를 위한 정부 예산이 확대 편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치료보호 사업 예산은 8.2억으로 작년과 같은 규모다. 마약 중독자가 해마다 증가하지만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봉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조폭·미성년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 사범 131명 검거 관련 압수품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2023.04.26 mironj19@newspim.com |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마약 치료를 위해 책정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구체적으로 "미국, 호주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이에 비해 우리나라가 마약에 투입하는 예산은 드는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그러면서 "충분한 예산 편성이 담보되어야 마약 치료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