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장 "규정에 따라 불필요해지면 삭제" 혐의 부인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핼러윈 축제에 앞서 인파 운집 등을 예측하고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김진호(52)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작성하지 않았던 걸로 하자'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30분부터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과장과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용산서 직원 A씨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5 mironj19@newspim.com |
이날 재판에는 지난해 5월부터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근무 중인 김 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정보관은 참사 발생 이틀 전 '이태원 핼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 정보관은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핼로윈 축제라 많은 인파가 운집 될 것으로 예상하고 위험성 경고 취지에서 작성했다"며 "해밀턴 호텔 인근은 클럽이 밀집돼있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기재했다"고 밝혔다.
김 정보관은 이태원이 담당 구역인 만큼 핼러윈 축제 현장을 나가겠다고 했으나 김 전 과장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축제에 나가서 뭐할거냐. 집회에 집중해라. 핼러윈은 크리스마크 같은 거다'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사 이후 김 전 과장으로부터 정보 보고서 삭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정보관은 "(김 전 과장이) 지난해 10월 31일에 저를 사무실로 불러 정보 보고서를 지우거나,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112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함을 느끼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제 담당 지역에 큰 일이 일어난 건데 이것에 대한 책임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서 김 정보관은 동료에게 '보고서 삭제 지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왜 지우라고 시키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복구된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 측은 이에 대해 "규정에 따라 경찰관이 수집한 정보는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해지면 삭제하도록 돼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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