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
IPTV사의 일방적 통지서 협의로
산정 방식서 물가상승률 등 빠져
협의체 실효성 높아져 '안정망 역할' 기대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홈쇼핑업계가 이전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유료방송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수수료 산정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덕분이다. 업계는 개선된 협상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16일 홈쇼핑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개정됐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투명한 산정 기준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있은 후 급물살을 타게 된지 약 6개월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홈쇼핑 방송 장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CJ온스타일] |
◆기울어진 운동장 수수료…'통지→협의'로
홈쇼핑업계는 이번 개정안 마련을 반기는 분위기다. 가장 고무적은 것은 유료방송사업자와의 협상 위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유료방송사업자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홈쇼핑사에 통보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통지'가 '협의'로 바뀌었다.
IPTV사들은 홈쇼핑에게 유료방송을 송출해주는 조건으로 대가를 받는다. 그 대가가 송출수수료다. 홈쇼핑 업계에게 송출수수료는 수익성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IPTV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수수료는 매해 올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TV홈쇼핑·T커머스 12개사가 2021년 송출수수료 몫으로 지불한 금액은 2조2508억원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해 11.2%(2274억원) 늘었다. 송출수수료가 홈쇼핑 방송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산정 방식 현실화…협의체 구제 가능성도↑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는 입장만 달라진 게 아니라 산정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개정안은 수수료 산정 목록에서 물가상승률이 제외키로 했다. 홈쇼핑업계는 그간 물가상승률이 이미 상품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에 수수료에 다시 한 번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개정된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또 개정안은 홈쇼핑 방송 매출과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감을 수수료에 반영하라고 못박았다. 매출이 줄고, 가입자 수가 줄었다면 수수료를 올릴 수 없게 구조적인 안정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협의기간이 길어지고, 대가검증협의체의 실효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홈쇼핑사 입장에선 방어막이 늘어난 셈이다. 기존 송출수수료 협의기간은 계약종료일로부터 180일간이었다. 개정안은 이 기간을 총 8개월(기본 5개월+추가 3개월)로 늘렸다.
협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유료방송사업자나 홈쇼핑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 다만 협의기간이 임박했을 때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홈쇼핑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를 할 필요는 없어진다.
유명무실 했던 대가검증협의체도 실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정안은 총 8개월의 협의기간에도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자동의로 협의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 협의체에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대가산정 적정성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도록 '심판' 역할을 구체적으로 부여했다.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현실화가 악화된 수익성 개선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작년 CJ온스타일(724억원)과 롯데홈쇼핑(780억원)은 홈쇼핑 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져 온 1000억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상호간 협의를 통해 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고 홈쇼핑 실적이 실제 송출수수료에 반영되는 근거가 갖춰졌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대가 산정 요소에서 물가 인상률과 조정계수가 빠진 것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실제 계약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