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부터 25일까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서울 강남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는 일관되게 '팜트리(Palm tree)'만을 작품의 소재로 표현해온 승연례(1949~) 작가 초대전 'Shalom, Elegant blessing(샬롬, 우아한 축복)'을 3월 8일부터 25일까지 연다.
승연례 작가는 시원시원하게 사방으로 뻗은 팜트리의 외형적인 매력을 차용해 또 다른 깊이를 보여주는 '드로잉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화면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생동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매력적이다.
줄곧 팜트리만을 그려온 승연례 작가는 자칫 소재주의 작가로 오해할 만하지만, 승 작가에게 팜트리는 정신적 교감의 대상이기 때문에 승 작가는 팜트리에 내재한 참다운 의미를 찾아 나가는 여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올리브나무, 무화과나무, 종려나무, 포도나무, 유향나무, 사과나무, 뽕나무 등 성경에는 많은 나무가 등장하는데, 승 작가는 바로 종려나무(Palm tree)에 주목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승연례, Palm Tree, 2022, Crayons on paper, 76x56.5cm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승연례, Palm Tree, 2022, Crayons on paper, 76x56.5cm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승연례, Palm Tree, 2022, Crayons on paper, 76x56.5cm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일명 '대추야자'로도 불리는 종려나무는 열매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이파리는 지붕을 잇는 재료로 사용되며, 나무는 목재, 꽃은 술의 원료로 쓰여 버릴 것이 하나도 없기로 유명하다. 또한 성경에서 팜트리의 의미는 존경과 기쁨, 승리와 번영 등의 다양한 상징성으로도 묘사된다. 이처럼 승 작가는 기독교적 시각을 넘어 사회적으로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만한 팜트리의 상징성을 그만의 드로잉 회화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승 작가 작품이 지닌 조형적 어법은 아주 간결하고 담백하다. 표면에 적당한 질감이 느껴지는 판화지에 크레용 한 재료로 리듬을 탄 반복적인 드로잉 선 긋기로 완성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쭉쭉 뻗은 선들을 보면 속도감의 잔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화의 일필휘지(一筆揮之)에 과감하고 명확한 작가적 신념이 뚜렷하게 더해졌다. 일정한 속도의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그루 혹은 한 쌍의 종려나무 마지막 이파리를 긋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필선의 흔적이 큰 특징인데, 그 선들이 반복적으로 그어지는 과정에선 아주 안정된 호흡이 유지된 고요한 리듬감이 함께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승연례, Palm Tree, 2022, Crayons on paper, 76x56.5cm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승연례, Palm Tree, 2022, Crayons on paper, 100x70cm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전반적으로 종이 바탕에 크레용으로 똑같은 소재를 다룬 그림이지만, 작품마다 제각각 서로 다른 표정과 감성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론 담담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 주조를 이루면서도 푸른색, 붉은색, 연두색, 보라색 등의 색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어쩌면 각각의 작품에서 봄의 희망, 여름의 열정, 가을의 풍요, 겨울의 평온 등의 감성적 기호로도 그림을 읽을 수 있다.
승연례 화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특히 우아하고 세련된 선(線)의 유영(游泳), 위트 넘치는 디테일, 다채로운 강약 조절, 자연스러운 실루엣 등 드로잉 회화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김나리 대표는 "종려나무는 50년이 넘어서면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오랜 시간 이건용 화백과 함께 한 든든한 후견인이자 동반자 생활을 지속하다가 뒤늦게 작가의 모습으로 주목받는 승 작가의 삶과도 닮았다. 승 작가가 묘사하는 종려나무는 그림 속에서 두세 그루가 나란히 서 있어서 한 쌍의 연인이나 부부 혹은 가족을 연상시켜 남다른 감흥을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장 전경 2023.03.09 digibobos@newspim.com |
◆ 작가 약력
승연례 화백은 1971년 서라벌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주로 '팜트리'라는 일관된 소재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절대적으로 애용하는 작업 도구는 크레용이다. 오일스틱 종류의 크레용을 활용한 드로잉은 페인팅 못지않은 자유로움과 밀도감을 자랑한다. 두껍거나 얇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필력은 무한한 에너지로 뻗치는 역동성이 판화지 특유의 질감과 만나 잠든 화면을 해방 시킨다.
독특한 필력의 리듬감은 그녀만의 조형적 언어를 구성한다. 그의 남다른 풍성한 어휘력은 몽환적인 단색조의 일필휘지 필력으로 완성된다. 무위적인 선묘로 '독창적인 신체적 개념 회화'를 만들어낸 이건용 화백과 부부다. 한평생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면서도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천혜의 호흡을 자랑할 만한 동료 작가'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