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허수이폔 대신 애국주의 주선율
영화 만강홍 통해 민족 국가 의식 고취
정충보국 정신으로 외세 침탈 배격
대만 실효지배 양안통일 전의 고취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흉노(금나라)의 고기로 주린 배를 채우고 적의 피로 갈증을 풀겠다.'
무서운 고함으로 적군의 혼을 빼 말에서 떨어지게 했다는 삼국지 버전의 이런 섬뜩한 얘기가 요즘 설 연휴에 흥행한 영화 한 편을 계기로 중국 사회 여기저기에 회자되고 있다.
장이머우(장예모) 영화 만강홍은 런닝타임 두시간 40분이지만 내용 전개나 스릴면에서 화장실도 참을 수 있을 만큼 박진감 있고 짜임새도 탄탄하다. 영화 만강홍은 악비가 지은 시사(詩詞, 송때의 시, 시가) 만강홍(满江红· 怒发冲冠)을 소재로 악비의 저항정신과 중원 수복 통일에 대한 의지를 조명했다.
악비가 금과의 항전을 꾀하다가 간신 진회에 의해 모살된지 4년. 강토 중원은 흉노(금국)에 의해 유린되고 희대의 간신 진회의 수중에 들어간 나라는 점점 국운이 기울어져간다. 송의 재건 세력들은 악비가 남긴 만강홍의 정신으로 간신 진회를 제거하려 하나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끔찍한 희생을 치른뒤 부흥세력은 간신 재상 진회를 제압하는데 성공하고, 진회로 하여금 만군 앞에서 큰 소리로 정충보국을 메시지로 한 악비의 시가 만강홍을 낭송하게 한다.
악비의 시가 만강홍은 흉노(금나라) 침략자에 의한 중원 함락에 비분강개하면서 강산을 수복해 황제의 은덕에 보답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만강홍에서 악비는 '적의 살로 주린 배를 채우고 그 피로 갈증을 풀겠다'며 외세 흉노(금)에 대해 무서운 적개심을 표출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남송의 명장 악비의 정충보국 정신을 소재로 한 장이머우 영화 만강홍 포스터. 2023.01.31 chk@newspim.com |
장이머우가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만강홍은 형식상 설 흥행작으로 나온 허수이폔(贺岁片)이지만 내용면에선 애국심을 고취하는 전형적인 주선율 영화다. 시쳇말로 '국뽕'영화다. 만년 들어 장이머우가 국가의식을 고취하는 주선율 영화 제작에 공을 들이는 점이 주목을 끈다.
만강홍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든 강이라는 뜻으로 황제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간신을 처단하고 외세로 부터 실지를 회복하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 영화 엔딩 장면에서 클로즈업되는 재건 세력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진 '정충보국(精忠報國)'은 이 영화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한층 분명히 드러낸다.
'장이머우가 악비와 송나라 부흥세력들의 목숨을 건 정충보국 애국심을 중화인민공화국 현 시점에서 시대 정신으로 끌어들이려고 의도한 것이 아닐까.' 1월 30일 저녁 베이징 한 영화관에서 영화 만강홍을 관람하는데 문득 기자의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간신 진회의 입을 통해 울려퍼지는 만강홍은 그런 정황에 한층 확신을 가지게 했다.
'금의 중원 함락, 국토 유린, 강산 수복, 흉노(금나라)침략자, 치욕, 비분강개, 황제에 보답.' 피를 토하듯 쏟아낸 악비의 시가 만강홍을 관통하는 중심 메시지다.
'금나라의 중원 함락은 외세(미국) 영향력 하에 있는 대만 상황, 흉노(금나라) 침략자는 미중 갈등및 미국의 대중국 재제 상황, 황제에 대한 승리 보답은 시진핑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 강산 수복은 양안 통일, 간신 진회는 분열 및 부패 세력 '
베이징 시내 영화 만강홍 상영관에서 송나라 부흥 세력에 사로잡힌 간신 진회가 읊어대는 악비의 시가엔 그로부터 약 1000년 뒤 공산당의 중국이 직면한 현실 상황이 끝도 없이 오버랩됐다.
영화관을 나와 스마트폰 정보 앱을 열자 30일 저녁 현재 영화 만강홍이 박스오피스 33억 위안으로 설 흥행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올라있었다. 관련뉴스에는 허베이성의 악비 묘당은 설 연휴 후 93 글자로 된 '만강홍'을 외는 관광객에게는 입장료를 면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000명이 무료로 입장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