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지난해 말(12월30일) 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의 취임 기자간담회장. 기자간담회 현장의 취재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도 그럴것이 앞서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예상밖 진옥동 행장의 깜짝 선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전격 용퇴가 선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행은행장 역시 전필환·박성현 부행장, 정운진 사장 등 유력 후보를 뒤로하고 한 행장이 전격 선임되면서 취재현장은 신한은행 새 CEO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용구 행장은 "최근 10년간 영업관련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경영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하다는 세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안다"고 운을 떼면서도 간담회 내내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키워드를 놓치지 않았다. '고객 중심 경영'은 조 회장, 진 행장에서부터 이어오는 이른바 '가업(?)'이라는 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연순 금융증권부 차장 |
그리고 신한은행은 새해 첫날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에서 '이체 수수료 영구 면제'라는 파격 카드를 발표했다. '이체 수수료 면제'는 임원회의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 이체수수료 면제로 포기해야 할 수수료 수익이 1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연간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은행들 입장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수익 기반이다.
과거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위기 때 위험 회피를 위해 고객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의미에서 '비올 때 우산 뺏는다'라는 말이 횡횡해왔다. 언젠가 진옥동 행장이 "고객과 우산 나눠쓰자"며 고객 중심을 강조했는데, '이체 수수료 면제'는 신한은행의 '고객 중심'의 아이콘이 됐다. 아울러 올초 쏟아진 신년사에서 보듯 올해 금융권 키워드인 '고객중심 경영'을 선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용구 행장은 "이체수수료 면제가 사회의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이고 모든 은행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했고, 현재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검토중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 최고경영진의 결정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빠르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금융권 CEO 인사의 최대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 조용병 회장의 전격 용퇴 역시 신한금융의 파격 행보를 보여준다. 일각에선 정부 외압설 등 추측이 난무했지만, 조 회장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한금융의 전면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신한금융의 50대 CEO 바람은 금융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신한금융의 파격은 금융권에서 세대교체, 고객중심 경영 키워드를 선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적에서 리딩금융을 탈환한 데 이어 금융권의 인식 전환을 속도감있게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만하다. 올해도 신한금융의 '파격'을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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