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햇살론 등 서민지원대출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공시 도입을 예고했을 당시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이 건낸 말이다.
지난달 22일 예대금리차 공시 첫날. 예대금리차가 높은 일부 은행들은 공시와 동시에 해명성 보도자료를 냈다. 타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서민지원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들이었다. A시중은행은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지원대출을 많이 취급한 결과"라고 했고, B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이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다"고 해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 등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서민지원대출 비중'이 해명의 핵심이었다. 그러자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지원대출이 예대금리차 공시에 포함돼 공시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금융당국도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설명자료와 참고자료를 내고 서민지원대출 위축 가능성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고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하고 있다"는 게 해명의 핵심이다.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는 금융소비자의 금리 선택권 보장과 함께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고려한 결과물이다. 비교공시를 통해 은행별 금리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서민과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시 도입 취지는 공감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서민지원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국은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를 공시해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위축은 불식될 거라고 했지만 은행들 입장에선 보이는 숫자와 '평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은행들은 '이자장사'만 하는 은행이란 딱지가 덧씌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당장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서민지원대출 미세조정을 하겠지만 결국 비중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에 대한 각종 우려에 "처음이다 보니 부족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하반기까지는 계속 공시제도 개선과 관련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도입 취지와 달리 정책 효과에 오류가 감지되면 빠르게 바로잡는 게 맞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