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부모 19억5000만원, 동생 아내 37억7000만원 수수
74억 수수한 22명에 재판 참가 고지…범죄수익환수 조치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전 직원 전모(43) 씨와 친동생(41)의 범행을 도운 이들의 부모와 지인 등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는 전날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씨 형제의 부모, 동생의 아내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구속 상태였던 전 증권회사 직원 노모(41) 씨는 구속기소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왼쪽)과 친동생이 5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05.06 hwang@newspim.com |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전씨 형제의 범죄수익 정황을 알면서도 적게는 1억원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전씨 형제의 부모는 도합 19억5000여만원, 동생의 아내는 37억7000여만원을 받았다. 또 채권자 압류로 기존 계좌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명의 옵션 계좌를 양도해 준 전씨 형제의 지인 조모(55) 씨도 11억9000여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전씨 형제로부터 받은 거액의 출처 등을 묻지도 않은 채 채무변제, 사업자금, 부동산·차량·미술품 구입, 해외경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기소된 노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차명 증권계좌 11개 등을 개설해 형 전씨의 차명 거래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전씨 형제는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4000여회에 걸쳐 주식·옵션 등 금융거래를 했다. 검찰은 노씨가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인센티브 등 영업실적을 위해 이를 묵인했다고 봤다. 노씨는 전씨 형제로부터 1억1800만원, 회사로부터 인센티브 명목으로 4억400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전씨 형제에 대해서도 추가기소를 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부에 전씨 형제의 93억2000만원 추가 횡령 사실에 대한 공소장 변경도 신청했다.
형 전씨는 2016년 12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 및 공장부지 매각 업무와 관련해 공장부지 관련 대부금 환급금 7500만여원을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보내달라는 취지의 우리은행 명의 문건을 위조·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8년 6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수인 이란 엔텍합으로부터 몰취돼 우리은행에 보관 중인 계약금 잔액 293억원의 관리를 자신의 페이퍼컴퍼니에 이전한다는 취지의 채권단협의회 약정서를 위조·행사한 혐의도 있다.
형 전씨는 채권단이 엔텍합과 국제중재(ISD) 소송에서 패소해 자신이 이미 횡령한 몰취 계약금을 배상금으로 사용하는 결의를 진행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2020년 1월 금융위원회에서 요청한 몰취계약금 보관계좌의 영문잔액증명서와 통장사본을 위조해 금융위 담당자에게 보냈다.
또 지난 3월 법원에 자신의 페이퍼컴퍼니가 채권단 일원인 것처럼 가장해 우리은행 상대로 몰취계약금 지급 결의를 중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다음, 자신이 우리은행 측 소송담당자인 것처럼 우리은행 명의의 소송위임장 등을 위조해 제출하기도 했다.
동생 전씨는 지난 4월 경찰에 자수하기 전 지인 조모(35) 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은닉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부패재산몰수법상 범죄수익을 무상으로 취득한 제3자에 대해 추징이 가능한 점을 착안, 자금추적 등을 통해 전씨 형제로부터 횡령금 74억원 상당을 수수한 제3자 22명을 추가로 확인했으며 형제의 재판에 참가할 것을 고지하는 등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조취도 취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씨 형제의 횡령범행을 은폐하는 데 가담한 추가 조력자들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장기간의 거액 횡령범행에 대해 예방하거나 사후 적발 기능을 하는 금융기관의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