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하나의 방안만 모색 안해…北 태도 관건"
대북 해상봉쇄도 중·러 협조 없으면 효과 미지수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향후 7차 핵실험 감행 가능성 등을 놓고 대북 독자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지난달 14일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단행했던 대북 독자제재에 이어 해상봉쇄 등의 강력한 제재카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북한 선박으로 보이는 유조선이 중국 국적으로 의심되는 소형 선박과 동중국해 상에서 환적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NHK 캡처] |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특히 ICBM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 투발수단으로 개발된 무기라 미국이 한국에 앞서 추가 독자제재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는 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카드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등 우방국과의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고, 북한의 도발수위나 태도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 중단을 위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제재 등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이사국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한국 정부의 추가 독자제재 카드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검토한 대북 해상봉쇄 등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뉴스핌 질의에 "하나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감행시 대응방안에 대해선 "이미 수차례 밝혔듯 압도적 대응을 하고, 과거 사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미 지난 10월 14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의 개인 15명과 기관 16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바 있다"며 "그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독자 제재도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 대북제재 카드 중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는 해상봉쇄 방안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9월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제재로 대북결의 2375호를 채택하며 해상봉쇄 카드를 꺼낸 바 있다. 안보리는 당시 ▲대북 유류 공급제한 ▲제재 대상에 개인·기관 추가 ▲해상 검색·차단 ▲북한 해외 노동자 제한 ▲북한 섬유 제품 수출 금지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유지·운영 전면 금지 등을 결의했다.
그러나 해상 검색·차단의 경우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었다고 의심될 만한 선박을 검문하고 차단하는 정도에 그쳤고, 민간 선박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압박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2009년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이 주도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했지만, 북한 선박을 100% 봉쇄할 만한 법적인 근거는 없었다. 유엔 헌장 42조는 안보리가 인정해야 봉쇄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한미일 3국은 자구책으로 북한 선박을 독자제재 대상에 올렸으나 북한을 경유한 타국 국적의 선박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과 함께 안보리 결의로 북한을 경유한 선박을 모두 제재하자고 주장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한미일 3국과 안보리가 해상봉쇄 제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지만 관건은 북한과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여부다. 북한은 서해 남포항과 동해 청진항 및 원산항을 통해 대부분의 해상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서해는 중국과 맞닿아 있어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한미일 3국의 봉쇄가 불가능하다.
또한 2014년 이후 북한이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데다 대부분 육로로 이동하고 있어 해상봉쇄 카드가 실질적으로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이 북한 항로를 봉쇄하면 북한 함정이 러시아 방향 북동항로로 향하는 한국 선박을 나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4일 북한의 전술핵 위협 노골화 등에 대응해 핵·미사일 개발 및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인사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 조치에 나선 것은 2017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한국 정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15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받는 제2자연과학원과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과 관련 물자의 대북 반입 등에 관여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제2자연과학원 선양 대표 강철학과 부대표 김성훈, 제2자연과학원 다롄 부대표 변광철, 제2자연과학원 산하기관 구성원 정영남, 연봉무역총회사 단둥대표부의 정만복 및 연봉무역총회사 소속 리덕진·김만춘·김성·양대철·김병찬·김경학·한권우·김호규·박동석·박광훈 등이다.
기관 중에는 WMD 연구개발과 물자 조달에 관여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고려항공무역회사와 북한 노동자를 송출한 젠코(GENCO·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등이 지정됐다.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에 관여한 국가해사감독국, 육해운성, 원유공업국과 제재 선박을 운영한 화성선박회사, 구룡선박회사, 금은산선박회사, 해양산업무역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는 이 기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조치를 회피하는 데 관여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국가해사감독국, 육해운성 등에 대한 제재는 선박 간 해상 환적을 활용한 북한의 밀수 행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기관은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는 한국 측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으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이미 국내외의 다양한 대북제재 및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2010년 5·24조치 등으로 이미 남북 간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성격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지금까지 5회에 걸쳐 개인 109명, 기관 89개 독자제재 대상을 지정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도 북한이 일본 영토 상공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에 관여한 개인 2명과 사업체 3곳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달 18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추가 제재 조치로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5개 단체를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했다.
일본 정부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는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연구개발과 물자 조달에 관여한 기관으로 미국 정부가 올해 4월 1일, 한국 정부가 10월 14일 독자제재 대상으로 각각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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