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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룰라] ③둘로 쪼개진 브라질, 통합 없으면 '룰라 마법'도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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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당선 첫 일성은 "통합과 화해"
'51대 49' 극심한 분열 극복 못하면 룰라 정부도 험난
중남미 대륙 좌파 정부 일색...브라질이 정점
중남미 두고 미국과 중국 경쟁 갈수록 치열할 듯

[뉴욕=뉴스핌] 김근철 특파원 =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임한 뒤 퇴임했던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 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룰라 당선인은 선거 승리에 도취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그의 앞에는 극도로 분열된 브라질을 통합하고 엄습해오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의 진보 어젠다를 추구해야 하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어게인 룰라] 글싣는 순서

1. 경제 해결사, 부자 증세와 '보우사 파밀리아'의 부활
2. '핫'한 투자처 브라질, 헤알화·증시 강세 쭉 간다
3. 둘로 쪼개진 브라질, 통합 없으면 '룰라 마법'도 물거품

국제정치적으로도 룰라의 재집권은 최근 중남미 대륙을 휩쓰는 좌파 정부 물결을 완성하는 의미를 지닌다. 향후 브라질과 중남미를 겨냥한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과 대결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 둘로 쪼개진 브라질...통합 없으면 '룰라 마법'도 물거품 

룰라 당선인은 결선 투표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국민들에게 '통합'을 호소했다. 그는 당선 확정 후 트위터를 통해 "두 개의 브라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이고, 하나의 국민이며 위대한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취임하면 자신에게 투표한 이들 뿐 아니라 2억1500만명의 브라질 국민 전체를 위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분열상은 이번 투표 결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룰라는 당초 지난 2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48.4% 득표에 그쳤고, 지난 4년간 극우 보수 노선을 펼쳐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43.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0일 결선 투표에서도 룰라 당선인은 50.9%를 득표, 49.1%를 확보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간신히 물리쳤다. 그야말로 '51대 49'의 초접전이었다. 룰라가 당선이 됐지만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여전히 그의 리더십과 진보 좌파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10년이 넘는 공백과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2010년 퇴임 당시까지 룰라의 지지율이 8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결집했던 예전의 브라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1일 오후까지도 승복 선언을 내놓지 않았고 룰라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도 걸지 않았다. 

취재진 앞에 엄지 들어 보이는 루이스 아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2022.10.30 [사진=로이터 뉴스핌]

보우소나루 대통령 캠프와 지지자들은 선거 운동기간 상대방이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있고, 룰라는 '공산주의자'이며 '갱단의 두목', '사탄의 숭배자'라고 비난해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선거 불복'을 시사하고 지자자들이 이에 가세할 경우 브라질은 엄청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브라질 주요 도시 플라날티나 등에서 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과격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정권을 승계해준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잇딴 실책과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율이 급락했고, 급기야 지난 2016년 탄핵됐다. 

이를 계기로 집권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존의 좌파 정부 정책과 정반대인 극우 포퓰리즘을 앞세워 지지자들을 결집해 나갔다. 이로 인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게 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스스로도 트럼프를 추종자임을 공언해왔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 사회와 정치권은 분열과 반목은 당장 치유가 힘들 정도로 심화됐다는 평가다.    

룰라 당선인이 당선 확정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브라질 국민들에게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하자고 거듭 호소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룰라 당선인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치하에서 심각하게 분열된 브라질 사회와 국민 통합을 약속하면서 빈곤층 지원 확대 등을 공약을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브라질 의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가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여소야대' 구도다. 향후 룰라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의회 권력을 장악한 우파와 갈등과 충돌이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룰라 당선인이 브라질의 극심한 분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먼저 이뤄내지 못하면, 다수의 저속득층  보호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국제신뢰 관계 회복이라는 핵심 공약도 지켜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패배에 항의해 타이어를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남미를 뒤덮은 좌파 정부...美 뒷마당 지키기 고심

이번 브라질 대선 결과가 나오자 외신들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가 좌파 정부 일색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 사이에 멕시코,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에서 좌파 정부가 출범했고 지난 6월에는 콜롬비아에서도 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선출됐다.

브라질은 질적이나 양적으로도 '남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을 통해 룰라의 복귀와 함께 좌파 정부가 다시 출범하게 되면서 중남미 대륙 대부분 지역에서 좌파 정부가 수립됐다. 룰라의 복귀가 화룡정점이 된 셈이다.  

중남미 대륙에서 좌파 정부 바람은 지난 2000년을 전후해 거세게 일었다. 1990년대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서 빈부 격차 해소와 무상 공급 등 사회안전망 확대를 내세운 좌파 정부가 속속 들어섰다. 당시에도 2003년 1월 브라질에 룰라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남미 대륙에서의 좌파 열풍은 절정을 이뤘다. 

다만 풍부한 석유자원을 배경으로 과격한 국유화와 사회 평등· 복지 정책을 추진했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과 달리 대부분의 남미 좌파 정부는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 정책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당시 좌파 물결은 붉은 색이 아닌 '분홍 물결(Pink Tide)로 불렸다.

남미 좌파의 대부였던 룰라의 귀환으로 남미 대륙은 20년만에 다시 분홍 물결이 최고조에 이른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변의 좌파 정부와 마찰을 빚어왔지만, 룰라 당선인의 복귀로 브라질이 남미 대륙 좌파 블럭의 맹주로 등극하는 동시에 이들과의 결속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분홍색으로 변해버린 중남미 대륙 정책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중남미 지역은 자신들의 뒷마당으로 치부하며 사실상 관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과거 국제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중남미에서의 좌파 정부 확산을 막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민주화 운동 세력 탄압을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중남미 대륙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좌파 정부가 속속 들어서면서 미국 정부는 이들과의 관계 재설정과 새로운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좌파 정부를 단순히 '반미 성향'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이들 정부의 성격이 실용적 진보 정권에 가깝고, 이들 역시 원만한 국제 사회 협력 속에 경제 위기 극복과 경제 발전 등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룰라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자유롭고 공정하고 믿을만한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앞으로 여러 달, 여러 해 동안 양국 사이의 협력을 계속 해 나가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룰라 정부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민주적이고 번영하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면서 새로운 우호 관계 설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 중남미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본격화

브라질의 룰라 정부의 출범과 남미에서의 좌파 정부 약진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들어 남미 대륙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미국을 대체하는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중국과 중남미 국가와의 교역은 지난 2000년 10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역 규모는 4510억달러로 급격히 늘어났다. 20년 사이에 45배가 넘게 팽창한 것이다.

중국은 무역 뿐만 아니라 최근 중남미 각국의 주요 사회간접 자본과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등 광물 투자도 크게 늘려가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중국이 장악한 전기차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대체하려고 황급히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중국은 브라질을 남미 공략의 허브로 삼아 집중 투자해왔다.지난해 중국의 전세계 대외 투자 가운데 브라질 투자 비중이 13.6%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구나 룰라 당선인의 복귀로 국제사회에서 브릭스(BRICS)도 다시 주목을 받고있다. BRICS는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신흥국 협의체의 성격으로 출범했지만 미국과 서방 중심의 국제사회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도 지녔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BRICS를 중요한 대미 견제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와 유엔이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해왔지만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이 이에 한발 물러서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룰라 당선인은 과거 재임시절 BRICS 강화하고 이를 주도해왔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란 관점에서 향후 BRICS도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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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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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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