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거래로 수입에 '환차익'...장비 등 수입엔 악영향
투자심리 위축...보수적 투자기조 이어질 것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최근 미국의 고금리 유지 기조 발표에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까지 이어지며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계 역시 대외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체는 제품을 거래할 때 100%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것은 1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50.4원)보다 4.4원 내린 1346원에 출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08.30 leehs@newspim.com |
기본적으로 반도체 제품을 판매할 땐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갈수록 반도체 업계엔 긍정적이다. 예를들어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 컨버런스콜을 통해 2분기 환율이 전분기 대비 5% 상승하며 약 5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에서 1조3000억원의 환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마냥 실적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반도체 제품 판매로 환차익이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구비해야 하는 장비 등을 수입할 때도 달러로 거래해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기본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원자재·장비 등을 수입하기 위해선 달러로 거래해야 해 환율이 드라마틱하게 오른다고 환차익을 크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이 뛰면 수출기업들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해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수입 가격도 뛰게 된다"면서 "결국 환율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올라가면서 제품 수출 이익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마냥 수출기업에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여기에 원-달러 상승 이유가 경기 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해지며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 큰 만큼, 향후 반도체 업계는 보수적 투자 기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재고 자산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 41조3844억원에서 6월말 52조922억원으로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8조9166억원에서 11조8787억원으로 33% 늘었다.
또 반도체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장비 투자 보단 먼 미래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올라가면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상황은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투자하는 환경은 아니고, 2019년부터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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