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에 징역 1년 또는 10억원 벌금
경영계, '과도한 처벌' 아우성…개정 요구
안전조치 시행한 경영자 면책…기소 1건뿐
전문가 "개정 아직 일러…사고부터 줄여야"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중대재해법 시행 6개월을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노동자 모두 안전관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기업의 선제적인 안전조치와 함께 근로자의 안전의식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경영계는 모호한 처벌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벌규정 손질은 시기상조이나 모호한 규정은 보다 명확하게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대재해법 6개월] 글싣는 순서
1.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 124명…사망자 오히려 늘었다
2. 사망사고 1위 건설업 '불명예'…제조업은 역주행
3. 대기업-중기, 사고 예방 '부익부빈익빈'
4. 적용 대상·의무 규정 '모호하다'
5. "법 제정 취지 보장해야"
6. 안전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위기를 기회로
◆ 중대재해법 목적은 처벌 아닌 '예방'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현장 안전 관리에 소홀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인명 피해의 책임을 묻는 법이다.
각 조항마다 CEO는 산재 발생에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추가사고 방지를 위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키고 있다. CEO에게 직접 산재 책임을 부담하게 하면서 사업장 내 인명 피해를 줄이고 사고 예방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노동자 사망 원인이 안전 관리 소홀로 판명 날 경우 CEO는 중대재해법에 의거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 시행 이후 경영자단체와 기업들은 과도한 형사처벌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타법에 비해 처벌 강도가 높은데다, 노동자 안전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위법이 아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부 기업은 CEO 처벌을 막기 위해 안전보건만을 담당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기도 했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례를 허용하지 않아 경영계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이 단순히 경영자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중요시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핵심은 안전 '방치' 여부다. CEO가 안전한 근로환경을 위해 주기적으로 확인·보고 받아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안 조치를 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처벌에서 자유롭다. 반면 CSO 등에 안전 권한을 맡긴 채 방치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처벌 규정 완화? 사고 감축이 먼저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을 규제로 인식하기 보다 ESG(사회·환경·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길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법 취지대로만 한다면 '기업 옥죄는 법'이 아닌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전보건관리에 들인 공이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질 경우 기업 이미지 쇄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부도 안전한 사업장을 구축한 기업에게 감독을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어느 때보다 경영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된 상황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경영계에서 불명확하다고 주장하는 조항들은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봐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중대재해법상) 경영자의 의무란 안전 예산과 관리 인력을 얼마나 배치할지 정하는 등 체계를 갖추라는 의미다. 사업별·업종별,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산을 얼마로 정하는게 합법이라고 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개정에 앞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경영인들의 인식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사망 사고가 조금 줄어든 점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경영계에서 요구한 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것. 시행 6개월 밖에 안돼 실효성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는 중대재해법 해석상의 모호한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에는 안전보건관리 의무에 충실한 기업을 중대재해법 처벌에서 감경하거나 제외해주는 내용도 거론된다. 고용부는 지난달부터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8, 9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환경융합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근로자 사망 사고가 전 세계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국민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안전 인식도 높아져야 하는데 안전 부문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부터 줄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금처럼 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이 높은 적 없었다"라며 "중대재해법 완화를 논하는 건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을 시행하자마자 사망자 수는 바로 줄어들지 않는다. 시행 6개월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라며 "새 정부 방침이 기업 친화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실제로 규제 완화도 진행하고 있지만 중대재해법만큼은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해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HSL)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한 뒤 3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산재 사고 발생률이 30% 정도 감소했으며 5~7년 경과한 경우 50%로 줄었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나선 국가 중 하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집무실 인근에서 노동중심 산업전환·노정교섭 쟁취 금속노조 7.20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12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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