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침해"
"법치국가·권력분립의 원칙상 검사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법원이 허용한 '증인에 대한 진술조서' 열람·등사 신청을 검사가 거부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결정에 따라 청구인의 변호인이 진술조서 열람·등사 신청한 것을 검사가 거부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앞서 청구인 A씨는 지난 2018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 진행 중 A씨의 변호인은 증인에 대한 진술조서를 포함한 서류의 열람·등사 허용 신청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허용하고 검사에게 변호인이 서류 열람·등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명했다. 그러나 검사는 "해당 증인은 본건이 아닌 별건으로 조사된 사람으로 열람·등사를 허용할 경우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검사의 진술조서 열람·등사 거부행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9년 징역 3년에 벌금형 선고유예형을 확정지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2.06.16 kimkim@newspim.com |
헌재는 "법원이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하였음에도 검사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을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라며 "열람·등사 거부행위는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을 규정하면서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대해 별도의 불복절차를 마련한 것은 피고인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실효적인 권리구제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 법치국가와 권력분립의 원칙상 검사는 당연히 법원의 결정에 지체 없이 따라야 하며 이는 별건으로 공소제기되어 확정된 형사사건 기록에 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지난 2010년과 2017년 이미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기반하여 변호인의 형사사건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신청을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변호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위와 같은 선례의 연장선에서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른 증거개시절차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당해 형사사건과 관련된 별건의 서류에 대해서도 열람·등사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할 경우 검사는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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