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코로나 팬데믹에도 정부 지원 덕분에 지갑이 두둑했던 미국인들이 치솟는 유류비와 생활비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장 잔액이 빠르게 줄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재정전문 웹사이트 '뱅크레이트 닷컴'(Bankrate.com)이 미국인 성인 125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58%는 비상금으로 마련한 예금액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답했다.
작년 동일 응답비율 48%보다 10%포인트가 늘어난 수준으로, 2년 전인 2020년에는 동일 응답 비율이 44%였다.
비상금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 비율이 가장 높다 [사진=뱅크레이트 사이트] 2022.06.24 kwonjiun@newspim.com |
응답자의 23%는 비상금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1년 전 동일 응답 비율 25%보다는 줄어든 결과로, 조사가 시작되고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비상금이 늘어났다고 답한 응답자는 24%로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미국인들의 68%는 지난해 400달러를 비상시 지급해야 하는 경우 현금이나 저축계좌, 신용카드로 충당할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9년래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정부 지원이 늘어난 점이 가계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뱅크레이트닷컴 수석 재정분석가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미국인들이 1년 전보다 비상금이 늘어나긴 했어도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비상금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란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임대료와 휘발유, 식료품 가격 등이 고공행진 하면서 지난달 미국인들의 생활비는 1%가 늘었고,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8.6%로 뛰어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뛰는 물가 때문에 예금에 이미 손을 댄 미국인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개인 저축률은 4월 중 4.4%로 1년 전의 6%보다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저축률은 세금과 지출을 제외한 뒤 남은 소득 비율로, 그만큼 사람들의 지갑 사정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뱅크레이트 조사에서 최소 6개월 동안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예금이 있다고 답한 가정은 27%에 불과했고, 28%는 3개월을 버틸 수 있을 정도라고 답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