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조달 및 생산 차질, 물류비 증가 등 어려움 가중
31개 경제단체 "산업계 피해 막대…즉각 운송 복귀해야"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 A사는 화학품을 국내 생산해 내수판매하는 업체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수입 원자재 화물을 본사로 운송하지 못 하고 있다. 생산 투입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2억 원 수준 피해를 보고 있지만, 회사 자체 트럭 운송도 화물연대 제재로 어려운 상황이다.
# 철도차량부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체 B사는 중국에서 수입된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 하고 있다. 미반출 시 생산라인이 중단돼 최대 십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
# C사는 화학제품을 수입해 국내 판매하는 업체다. 고객사 배송 지연에 따른 항공운송 전환 비용 부담에 물류 중단으로 인한 체선료 및 보관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7일째. 산업계 곳곳에서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경제계에선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서는 불법적인 파업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오전 9시 기준)까지 화주들로부터 위 A, B, C사와 같은 애로사항이 총 160건 접수됐다.
160건 가운데 수입 관련 애로사항이 55건(34.4%)이고 나머지 105건(65.6%)은 수출 관련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관련 건 중에서는 납품 지연이 40건(25.0%), 위약금 발생이 35건(21.9%), 선적 차질이 30건(18.8%)이었다. 수입 관련해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과 생산 중단 그리고 물류비 증가에 따른 애로사항이 각각 25건(15.6%), 15건(9.4%), 15건(9.4%)이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13일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임시 주차돼 있다.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이와 관련, 석유화학업계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입장문에서 "화물연대 운송 거부에 따른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의 출하 중단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화물 연대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운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 평균 출하량이 평소(7만4000톤)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피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제품은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려워 적기에 출하가 막힐 경우, 공장 가동 중지로 연결돼 막대한 매출·수출 손실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물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 지난 12일 진행된 화물연대와 정부와의 4차 교섭도 결렬로 끝났다.
정부와 화물연대 측이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에 석유화학은 물론 자동차, 철강, 시멘트업계 등 국내 산업계는 전반에서 물류난으로 인한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고 있다.
전국 건설 현장에서는 시멘트 운송 중단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자동차와 철강사들 역시 생산된 제품을 출하하지 못 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31개 경제단체는 지난 12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들의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운송사업자 단체인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및 전자부품의 수급도 차질을 빚고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경제단체는 "정부가 비상수송대책을 통한 물류대란 최소화, 대화를 통한 원만한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국가경제 피해와 함께 국민생활 불편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지 자신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화를 거부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