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옆으로 '존치에 준하는 이전' 합의
"쫓겨나면 상경투쟁 노동자 쉼터 제공 못해"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든 무료 숙식 공간이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재개발조합과의 합의로 회생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임시로 숙식과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표방하며 '사단법인 꿀잠'이 지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 자신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소외 노동자들이 쉼터로 이용한다. 간단한 의료 지원도 하고, 단합대회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꿀잠이 위치한 신길2구역은 지난 2020년 3월 재개발조합이 설립되며 재개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꿀잠 측은 "이곳에서 내몰리면 비싼 부동산 값을 감당하지 못해 소외계층의 쉼터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시설 보존을 호소했다. 서울에서 투쟁하기 위해 상경하는 근로자들이 이용하려면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신길동에서 내몰리게 되면 땅값이 저렴하면서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꿀잠과 재개발조합은 지난 4월 서울시 코디네이터가 중재한 조정안을 기초로 해 '존치에 준하는 이전'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꿀잠의 새 터는 현 위치에서 동쪽으로 400m 떨어진 어린이공원 설치 예정 부지가 된다.
새 건물 신축 비용은 조합 측이 대는 것을 원칙으로 해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세부 금액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주 시기는 지구 전체 거주·점유자의 이주율이 80%가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 정확한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이주 중 임시 거주 시설의 설치·임차 비용과 이사 경비도 조합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정하기로 했다.
다만 신축 비용과 이주 기간 중 임시시설 거주 비용, 이사 비용 등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이 협의 기간으로 잡은 사업시행인가까진 보통 1년 정도는 걸린다. 정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존치에 준하는 이전' 약속이 원만하게 잘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yoonjb@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