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2심 유죄→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아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재소자와의 대화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몰래 녹음·녹화 장비를 가지고 교도소 접견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반드시 건조물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의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와 B씨는 시사프로그램 피디(PD)로서 노인 대상 소매치기 사건을 취재하면서 교도소에 수용 중인 위 사건의 피의자를 접견하고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실제로 피의자의 지인인 것처럼 신분을 속인 채 몰래 손목시계 모양의 녹음·녹화 장비를 가지고 접견실에 들어가 대화장면을 녹화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손목시계 모양의 녹음·녹화 장비를 접견실에 반입한 행위는 통상적인 업무처리과정에서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하여 교도관의 금지물품 검사 및 단속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고 공무집행방해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며 "피고인들이 금지물품을 반입한 행위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이상 그와 같은 목적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행위는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한다"면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 프로그램이 범죄자의 범행수법을 널리 알려 동일한 범죄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교정기관을 상대로 수용인과의 접견 장면을 촬영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구하려는 시도가 선행됐어야 한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들이 사전 취재요청을 통해 교도소장의 허가나 승인을 받지 않고 녹음·녹화장비를 몰래 반입한 행위는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한 것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수용자의 지인인 것처럼 신분을 속이고 접견신청서를 제출한 부분도 실질적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체로 접견이 허용된다는 교도관들의 진술에 의하면 위와 같은 이유들로 교도관들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접견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받은 데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방문 목적만 밝히거나 신분증만 제시하고 아무런 검사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정문을 통과하여 교도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까지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수용자와의 대화장면을 녹음·녹화할 목적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교도소에 출입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교도소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부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