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공식화로 테슬라 주가가 자유낙하 중이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이번 결정을 테슬라에 확실한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26일(현지시각) 테슬라 주가는 전날 대비 12.18% 하락한 876.42달러에 마감됐다. 하루 새 주가가 21% 떨어졌던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트위터 공식 인수에 나선 머스크가 자금 부족으로 결국 보유 중이던 테슬라 지분을 매도해야 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주가를 짓눌렀다.
하지만 아직까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의도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테슬라 악재로만 간주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테슬라 급락 배경은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이날 테슬라 주가 급락에 트위터 인수 외에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경기 둔화 및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가속 불안감이 시장 전반이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이 테슬라 주가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 3대지수는 2~4% 수준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코로나 봉쇄를 지속 중인 중국발 세계경제 성장 둔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해 기술 성장주를 중심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33 부근까지 치솟았다. VIX지수의 200일 평균은 21 정도다.
배런스는 테슬라의 인도 진출 지연 가능성도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캐피탈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어윈은 인도 교통부장관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3와 모델Y 차량이 인도로 수출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어윈은 테슬라에 중국만큼 중요한 시장이 인도라면서, 해당 코멘트는 테슬라의 인도 진출이 늦어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이 부호 한 사람이 수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쥐락펴락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경계를 보인 점도 주가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 트위터 인수로 마진콜 우려
물론 가장 직접적인 주가 급락 이유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따른 테슬라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있다.
전날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제시한 주당 54.20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여 440억달러 규모의 인수가 성사됐다.
앞서 머스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테슬라 주식 담보 대출(125억달러)를 포함해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리스 등 은행 빚으로 255억달러를 마련하고 나머지 210억달러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예정임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의 담보대출 비율이 20% 정도여서 125억달러 규모의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620억달러 정도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매체는 머스크가 이번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한 주식 가치가 360억달러 정도로 떨어지면 '마진콜 (추가 증거금 요구)'을 당할 수 있는데, 이는 테슬라 주가가 43% 정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 머스크는 충분한 완충 자본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나 만약 머스크가 마진콜을 당할 경우 테슬라 주가는 폭락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다만 트위터 인수를 결정한 머스크의 속내를 아직은 알 수 없는 만큼 테슬라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더 우세한 모습이다.
투자 전문매체 팁랭크스(Tipranks)에 따르면 테슬라에 대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최근 3개월 투자의견 제시 29명)의 투자의견 컨센서스는 '완만한 매수(Moderate Buy)'이며, 이 중 15명이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월가 애널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가는 1001.82달러로 14% 넘는 상방 여지가 남은 것으로 평가됐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