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차단시설 없이 수용자 접견 허용해달라" 헌법소원
헌재 "대리인 접견과 차이…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교도소 수용자의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행정 등 일반 소송사건의 대리인이 되려는 변호사에게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 방식만 허용한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변호사 A씨가 청구한 구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1년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다수인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심판 정족수인 6명에 미달해 합헌 결정이 난 만큼 위헌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A씨는 원주교도소에 수용된 B씨로부터 "다른 수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대리인이 돼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 A씨는 교도소 내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접견실에서 B씨를 접견하겠다고 신청했으나 불허됐고 결국 차단시설이 설치된 접견실에서 일반접견을 했다.
A씨는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의 수용자 접견 예외 대상을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로만 규정한 조항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소송대리인 선임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단계에서는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더라도 그 접견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의사소통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심판대상조항은 변호사인 청구인의 업무를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용자가 소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호사의 접견을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의 접견과 같은 형태로 허용한다면 소송제기 의사가 진지하지 않은 수용자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의 변호인이 되려는 사람이나 소송사건 대리인인 변호사와 비교해 지위, 역할, 접견 필요성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접견제도의 운영에 있어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인 소송준비는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이후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호사의 접견을 소송대리인의 접견과 같이 봐야 할 필요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선애·이석태·이은애·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징금지원칙에 반해 변호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수용자가 변호사를 소송사건의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단계는 재판을 준비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며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의 접견은 충분한 의사소통 및 소송사건 수임의 비밀유지를 제약해 수용자는 적시에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고 변호사는 그 직무인 소송사건의 수임을 위한 업무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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