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결과 기대 안 해"…푸틴 압박 수위 고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이 일단 협상을 위해 마주보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건 없이 만나기로 했음을 강조하면서 항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억제 부대에 고도 태세를 지시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트위터] 2022.02.26 kwonjiun@newspim.com |
◆ 28일 만남 앞두고 '회의론' 여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 대표단 협상은 28일(현지시각) 오전 중 시작될 전망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8일 늦은 오후나 저녁이 될 예정이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측은 '벨라루스 남부를 가로지르는 프리피야트 강 인근 국경'이라고 밝혔고, 러시아는 '벨라루스 고멜 지역'이라고 밝힌 상태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외무차관 등 4~5명의 대표단이 폴란드를 통해 접경 지역인 벨라루스 고멜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실 보좌관을 비롯, 알렉산더 포민 국방부 차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 대표단은 이미 고멜에 도착한 상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를 기꺼이 시도하겠지만 휴전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skeptical)"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디오 성명에서 "언제나 그렇듯 솔직히 얘기하겠다"면서 "이번 협상의 결과에 (휴전 합의가 나올 것으로) 크게 신뢰하지 않으며, 일단은 러시아가 (협상을) 시도는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그(푸틴)가 대화에 참여해야 할 것이란 언급도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침공을 도왔다는 이유로 벨라루스가 아닌 제3국서 협상을 원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고, 벨라루스 국경지역에서 러시아와 조건 없이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측 만남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존슨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sincerity)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전쟁을 멈추고, 철군하고 협상하길 원한다면 이는 매우 좋은 뉴스이지만 의심이 된다"면서 "지금까지 본 그의 행동은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도 평화 회담 준비는 돼 있으나 항복할 준비는 없음을 강조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우리 대통령은 개전 이전부터 항상 외교적 해법에 중점을 뒀으며, 개전 이후에도 평화 회담을 요구해왔다"면서 "평화 회담 준비가 돼 있고, 항복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며 나라를 지키고 승리할 것"라고 강조했다.
또 마르카로바 대사는 러시아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인들이 자행하는 전쟁 범죄와 전면적인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이 제안이 얼마나 진실하냐는 질문에 답은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압박 수위 높이는 푸틴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군사 작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핵 억제력을 '특별 전투 의무 체제' 경보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이 경보는 푸틴이 러시아의 핵무기 발사 준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두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의 핵 카드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긴장과 위협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의 이같은 압박은 그동안 보여온 행동 패턴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런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와관련, 방송 등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행동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