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감대" 강조하던 文, 대선 앞두고 사면 결정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사면 발표 전날까지도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에서도 사면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건강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에서 형집행정지를 요청하지 않아 이마저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정치인 사면에 부정적 기류가 강했고,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사면의 전제조건을 걸었던 만큼 막판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2년 경제정책방향 보고'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12.20 photo@newspim.com |
◆ 문재인 대통령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특별사면․복권과 관련,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딛고 온 국민이 대화합을 이루어, 통합된 힘으로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범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발표된 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1.12.24 kimkim@newspim.com |
◆ 대선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분열 노림수?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분열을 노린 정치적 수단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청와대는 이같이 해석을 강력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 유불리는 저도 선거를 경험해 본 사람인데 이게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잘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선거 관련 고려는 일체 하지 않았다. 만약에 선거를 고려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당사자인 만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내고 있다.
윤석열 선대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 때문에 구속됐지' 하는 둘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야권 정통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2019.06.13 leehs@newspim.com |
◆ "한명숙 복권, 이석기 가석방 위해 형평성 차원에서 박근혜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복권과 가석방을 위해 형평성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의견도 대두됐다. 비슷한 경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같은 해석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그렇게 붙잡아두다가 이제 대선을 몇 달 앞 두고 사면을 하는 건 정말 늦은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를 풀어주고 싶으니 거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트로 같이 넣어 사면을 한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보수 분열을 노리는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빨리 나오시기를 바라고 정권 교체를 바랐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할 거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도 같이 했어야 한다"며 "슬그머니 빼놓고 나중에 또 자기들이 풀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같이 아껴놨다가 또 쓸 생각인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 빠진 것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지 않나"라며 "두 분 케이스는 많이 다르고, 그런 점이 이 문제를 풀 때 고려할 점이 됐을테고, 또 (국민 공감대 측면에서도) 제가 본 여론조사는 두분(이명박-박근혜)의 차이는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죄의 경중의 차이인가, 국민적 공감대 차이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다른지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짐작하시는대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사면의 시기를 대선 후가 아닌 현 시점으로 잡은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은 '내가 한다면 언제쯤이 좋을까'라는 고심을 계속 하지 않았나 싶다"며 "임기가 5월 9일까지니까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런 점을 나름대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짐작했다.
이어 "만약 대선 이후에 사면을 했다면 '왜 이 때 했냐'는 질문이 있을텐데 그 질문과 같지 않나"라며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건 아니고 시기적 선택도 대통령 사면권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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