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TEAM KOREA.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였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8년 만에 올림픽 4강 신화를 쓴 대한민국 여자배구팀.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국민들은 세계랭킹 4위인 강팀 터키마저 제친 여자배구팀에 열광했다. 메달이 기대되던 팀도, 객관적인 전력이 우세했던 팀도 아닌 여자배구팀은 열세에 놓일 때 마다 서로를 독려하는 팀워크로 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엔 주장 김연경이 있었다.
'배구 여제'이자 '배구계의 메시'로 불리는 김연경은 경기 도중 자신의 실수엔 아쉬운 표정으로 "식빵"을 읊조렸지만 동료의 실책에는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괜찮아"를 외쳐댔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는 감독보다 강하게 항의하면서 안으로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렇게 매 경기를 명승부로 이끈 캡틴 김연경은 자신을 낮추고 '하나의 팀'을 앞세웠다. 한일전을 마치고 8강행을 확정지은 순간 김연경은 승리의 원인을 '하나된 팀'에서 찾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였다"고 말하는 그의 리더십에 국제배구연맹(FIVB)은 "10억 명 중 단 하나의 스타"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때 남녀 배구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월드 스타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위해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국내 리그의 샐러리캡(연봉 상한제)으로 인한 동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20% 수준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액의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친정팀에 복귀한 김연경은 팀내 불화설 등으로 순탄치 못 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팀 메인 세터 이다영이 SNS를 통해 김연경을 끊임없이 저격할 당시 그는 "내부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문제는 어느 팀이나 있다. 우리는 프로 선수로서 각자의 책임감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리더로서의 품격을 보였다. 이후 이다영은 쌍둥이 이재영과 학교폭력 논란이 터지면서 사실상 배구계에서 퇴출됐다.
대한민국 정치권은 이런 김연경의 리더십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허구한 날 '국민 통합' 구호를 외쳐대지만 통합은 커녕 저열한 공방전으로 '국론 분열'만 야기한다. 검증이란 명목으로 펼치는 네거티브전 속에서 지도자의 품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심지어 같은 이념을 실현하고자 모인 정당 내에서조차 피아 구분 없는 맹목적 비난이 이어진다.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쥴리 벽화' 등 거론조차 민망한 인신공격부터 같은 당의 대표와 대선 후보 간 '녹취록 진실 공방'은 "뱀같은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여의도 생태를 일깨워줄 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과해지는 비방전에 "원팀이 깨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는데 대판 싸우는 게 아마 더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는 정치 원로의 말은 지도자의 품격을 곱씹게 한다.
코로나 펜데믹에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 경제는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인다. 심화하는 자산 시장 양극화는 사회적 불안마저 초래하고 있다. 나라의 리더를 자처하며 모여든 여의도 사람들이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도자이길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헌신과 희생으로 진정한 'TEAM KOREA'를 만들어 낸 김연경의 리더십이 지금처럼 절실할 때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