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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온종일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TV만 보는 게으른 이들을 일컬어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라고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게으른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전략이 존재한다. 이른바 카우치 포테이토 포트폴리오다.
가장 전통적인 자산으로 꼽히는 주식에 투자하는 일도 소위 개미들에게는 간단치 않은 일이다. 특정 기업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파악할 만큼 지식을 쌓고, 매일 널뛰기를 연출하는 주식시장의 향방을 파악하는 한편 거시경제부터 정책 변수까지 챙기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바쁜 직장 생활 속에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며 주식을 거래하던 투자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치게 마련이고, 매입한 종목의 주가조차 모를 만큼 게을러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애셋빌더닷컴의 창업자 스콧 번스가 1991년 개발한 카우치 포테이토 투자 전략은 게으른 이들을 위해 마련된 만큼 매우 단순하다.
투자 자금을 절반으로 나눠 주식과 채권에 할애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별 종목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를 이용한다.
매년 초마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을 점검하고, 각 자산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조정한다. 아무리 게으른 투자자라 해도 1년에 단 한 번 포트폴리오 재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카우치 포테이토 전략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가진 지식의 5%와 시간의 10%만으로 90%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투자 기법이라고 말한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에서는 실상 게으른 투자자보다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이나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 무게를 두는 이들에게 제격이라는 얘기다.
반면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시장 상황과 자산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들에게 카우치 포테이토 포트폴리오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초 번스가 이 같은 전략을 구축했을 때 수익률과 함께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뒀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상대적인 손실 규모를 제한하고, 리스크가 제한적인 만큼 강세장이 연출될 때 수익률을 일정 부분 희생시킨다는 의도다.
이 같은 계산은 장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1973~1990년 사이 카우치 포테이토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10.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수익률에 0.27% 뒤쳐진 수치다.
전략은 베어마켓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2000~2002년 닷컴 버블이 무너지면서 S&P500 지수가 43.1% 폭락했을 때 카우치 포테이토 전략의 손실 규모는 6.3%에 그쳤다.
가장 최근의 약세장이었던 2018년 S&P500 지수가 배당금 재투자까지 감안해 4.52%의 손실을 냈을 때 베짱이를 위한 포트폴리오는 3.31%의 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을 아웃퍼폼했다.
다만, 수익률 역시 S&P500 지수에 비해 뒤쳐졌다. 2010~2019년 사이 S&P500 지수가 연평균 12.97%의 수익률을 올린 데 반해 카우치 포테이토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8.48%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스크 노출을 제한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익률을 챙기는 데 카우치 포테이토 전략이 앞으로도 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포함해 이른바 '블랙 스완'의 등장이 빈번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하지만 경쟁력이 입증된 투자 전략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