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 타당성 쟁점
유시민 측, 명예훼손 혐의도 부인..."비방 목적 없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했다고 주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측이 첫 재판서 혐의를 부인했다. 유 이사장 측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넘겨야 했음에도 직접 수사했다며 공소제기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이에 검찰은 법 시행 이전부터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지상목 판사는 22일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이사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이 진행되기 전 쟁점 등을 정리하고 향후 재판 일정을 정하는 절차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유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dlsgur9757@newspim.com |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유 이사장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것이 타당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 측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일환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 이송했어야 하지만 직접 수사했으므로 공소제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고발 시점은 지난해였고, 실질적 수사 개시는 올해였다"며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서 검찰은 수사권이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권 조정 취지는 검찰이 검사와 관련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오히려 검찰에서 수사를 자제하고 회피해야 할 사건임에도 다른 사건과 달리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검찰은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일명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고 그밖에 사건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
사건 이송에 관한 구체적인 방침은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령은 "영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율하고 있다.
다만 "영 시행 전에 부칙 제2조에 따라 폐지되는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됐고, 그때부터 수사가 개시된 사건"이라며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고 판단돼 수사가 진행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며 "이 규칙 시행 이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가 시행 이전부터 시작됐으므로 수사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 측은 이날 명예훼손 혐의도 부인했다. 유 이사장 측 변호인은 "알게 된 사실을 기반으로 추측과 의견을 밝힌 것이지 사실 적시가 아니다"며 "설령 사실 적시라고 보더라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어 허위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언 취지는 국가기관인 검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비판이지 피해자 개인에 대한 비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추측되는데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내 뒷조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듬해 7월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해 8월 유 이사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5월 유 이사장에게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고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한 부원장은 지난 3월 유 이사장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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