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물질에 대한 의문, 시험자 수 적은 점도 난관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종근당에 이어 GC녹십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도 조건부 품목 허가 획득에 실패했다. 관련 업계에선 후보 물질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시험 대상자 수가 적었다는 점 등을 불허의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0일 GC녹십자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인 '지코비딕주(항코비드19사람면역글로불린)'의 조건부 허가가 불허됐다.
◆ 이미 해외에선 효과 입증 실패
GC녹십자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는 회복기 환자의 혈액 속 항체를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혈장분획치료제다. 식약처의 검증 이전에 관련업계에서는 GC녹십자의 조건부 허가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혈장치료제가 해외에서 일찌감치 효과 입증에 실패한 탓이다.
글로벌 혈액제제 업체들이 꾸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연합'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혈장치료제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혈장치료제는 GC녹십자가 개발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치료제와 같은 성분이다.
앞서 종근당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나파벨탄주(나파모스타트메실산염)'도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인정받지 못 했다. 종근당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애초 췌장염 치료제다.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허가 불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제는 성공률이나 효과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회복계 혈장을 이용해서 여러 항체를 투여했을 때 효과 등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대부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파벨탄주의 경우엔 후보 물질로 실험실 데이터는 좋지만 실제 사용에선 드라마틱한 효과를 못 봤다는 것"이라며 "후보 물질 수천여개 중에서 1~2개 성공해 새로운 약물이 개발 된다. 또 실험실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인체에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의약 분야의 선진국에서도 안 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 코로나19 백신 주사기가 놓여있다. 2021.05.03 mironj19@newspim.com |
◆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어렵고, 시간 촉박해
임상시험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GC녹십자가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는 국내에서 수행된 초기 2상(2a상) 임상시험 1건이다. 12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환자 63명에게 공개·무작위배정 방식으로 위약(생리식염수)을 투여하는 환자군(대조군, 17명)과 시험약 3개 용량을 투여하는 환자군(시험군, 2500㎎ 15명, 5000㎎ 15명, 1만㎎ 16명)으로 나눠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허가 신청된 투여 용량은 1만㎎으로 1회 정맥투여했다.
식약처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정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자문단)은 입증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 했고, 시험 대상자 수가 적은데다 대조군·시험군 환자가 고르게 배정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개시험에 기존의 코로나19 치료제를 활용한 표준치료(보건당국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권고하고 있는 치료방법)의 효과를 배제할 수 없는 등의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종근당이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는 러시아에서 수행된 2상 임상시험 1건이다. 러시아의 13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환자 104명에게 공개·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코로나19 표준치료를 받는 환자군(대조군, 51명)과 표준치료와 시험약을 함께 투여하는 환자군(시험군, 53명)으로 나눠 이뤄졌다.
자문단은 종근당에서 품목 허가를 위해 제출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나파벨탄주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기 충분하지 않아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조기 경고점수가 7점 이상인 일부 특정 환자군 36명에 대한 임상적 개선 시간은 통계적 유의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군(18명) 11일, 대조군(18명) 14일로 차이를 나타냈으나, 사전에 정의된 가설에 따라 수행된 임상시험이 아니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증 환자를 모집하는 게 쉽지 않다"며 "국내에선 중증 환자 발생도 없다. 많은 표본 집단을 구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경증 환자, 중증 환자 등 각 대상마다 환자를 모집할 수 있는 난이도가 다르다"며 "경증 환자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데 비해 고위험군 환자는 모집하기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일단 백신이 공급되고 있긴 하나 집단 면역 국가들이 많진 않다. 한 두국가가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최대한 환자를 모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서둘러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 분위기도 실패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서 의약품 당국에 허가를 받기까지 통상 10년 이상은 걸린다"며 "의약품 안전성 담보가 가장 중요한데, 아무리 급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임상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