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이용주 감독이 공유, 박보검의 활약에 감성적인 드라마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찰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함께 영화에 담아냈다.
이용주 감독은 지난 16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 '서복'을 개봉한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지난 15일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을 통해 동시 공개됐다. 이 감독은 "아직 소감을 정리할 시기는 아니다"라면서 조금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이용주 감독 [사진=CJ ENM] 2021.04.16 jyyang@newspim.com |
"이번 주말, 그리고 다음주 중요한 포인트들을 지나고 나서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기다리고 잇는 즈음이고 굉장히 가혹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제 첫 영화가 '불신지옥'이라는 공포물이었는데 그 이야기의 세계관을 연장시킨 게 '서복'이에요. '건축학개론'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그 다음이 '불신지옥'이었어서 저한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서복'은 시나리오 초고부터 무려 9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 감독은 그 과정을 떠올리며 "크게 얘기하면 바뀐 게 별로 없었고 작게 얘기하면 너무나 많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초기 기획 당시 큰 틀을 비롯해 시작과 엔딩은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근미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영화 속 배경은 현재이고, 코로나 시작되기 전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실 드라마였어요. 극 중 인물관계, 서복의 설정같은 걸 상업적으로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복제인간 둘의 동행, 엔딩의 결투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자라난 셈이죠. 처음에 시놉 쓰기 전에 한줄짜리 문장을 썼는데 '죄인 민기헌이 서복을 만나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적었어요. 거기서 확장되고 살을 붙이게 됐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이용주 감독 [사진=CJ ENM] 2021.04.16 jyyang@newspim.com |
이용주 감독의 신작에, 공유와 박보검까지. 기획단계에서부터 캐스팅, 제작, 개봉까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의 출연과 함께 한 호흡에 만족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실 너무 두 분 다 탐이 났죠. 과연 해줄까가 문제였어요. 다행히 오케이를 해줘서 저희 일가친척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어요.(웃음) 고마웠고 기뻤고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죠. 공유씨는 필모가 좀 되니까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우려가 없었고 어느정도 괜찮은 사람이란 인상도 있었어요. 같이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고 감동적이었죠. 서로 의지도 많이 됐고 보검씨까지 셋이 서로 고마워하면서 찍었어요. 어제 보검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휴가 나와서 극장에서 개봉한 거 봤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들에게 연기 호평이 나오는 게 가장 즐겁고 뿌듯해요. 무엇보다 '이거 하길 잘했다'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 행복하죠."
박보검이 연기한 서복은 소년의 비주얼을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통달한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기헌(공유)에게 계속해서 신처럼 질문을 던진다. 영생을 하는 서복은 인간에게 이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끔찍한 운명을 타고났고 자연히 기헌과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극한다. 이같은 점은 박보검의 얼굴과 연기를 통해 극대화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이용주 감독 [사진=CJ ENM] 2021.04.16 jyyang@newspim.com |
"예전에 '신'이라는 만화를 봤는데 신을 아무도 안믿어요. 모든 신적인 존재는 그 믿음을 쟁취하는 과정이 있죠. 누가봐도 신처럼 보이는 사람보다는 '쟤가?'라는 느낌을 바랐어요. 어린애같기도 하고 어쩔 땐 굉장히 어른같기도 하고, 엄마한테 화도 내는 인간적인 면도 있고요. 기헌은 죽지도 않는 서복을 지키려 막아서지만, 자신의 죽음과는 관련없이 감정이 앞서서 행동하기도 해요. 그런 정도의 서로의 유대감과 믿음을 묘사하려 했죠. 마지막에 서복의 영생을 이용해야만 자신이 살 수 있음에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는 게 바로 두려움을 극복한 기헌의 용기죠."
'과연 서복은 죽음을 원했을까'라는 질문에 감독은 '네'라고 답했다. 영화에 '죽음이 있어 삶이 의미있다'는 단순하고 명징한 메시지가 담겨는 있지만 관객들이 즐길 만한 포인트는 많다. 박보검, 공유의 연기 호흡이나 결투신의 액션, 감성적인 드라마 등 원하는 것을 취사선택해 즐길 수 있는 복합장르 영화의 장점을 감독은 최대한 즐기기를 바랐다.
"서복은 기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죠. 그치만 임박사의 죽음 앞에서 벌을 내리고 절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요. 기헌의 선택이 인간들을 헛된 욕망에서 자유롭게 할 유일한 방법이죠. 영화에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각자가 즐기고 싶은 걸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공개하게 된 게 한 마디로 흥미로워요. 예전엔 '건축학개론'이 유출된 적이 있었거든요. 타격은 컸지만 많이 봐주신 건 일단 좋았죠. 지금은 합의를 통해 이렇게 가니까. 감독으로선 흥행해서 수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보시는 것도 중요해요. 가장 바라는 건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였음 해요. '서복'도 5년 뒤, 10년 뒤에 회자되는 작품이길 가장 바라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