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누적 거래대금 328조원
액티브 펀드 부진에 ETF 편리함 영향
ETF 다변화로 내년 시장 커질 전망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올 한 해 뜨거운 주식 열풍으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도 사상 처음 900조원을 넘어섰다. 이미 지난해 누적 거래대금의 2배를 훌쩍 넘었고 올해 집계가 마무리되면 3배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 거래액은 907조80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누적 거래대금인 328조원보다 무려 176%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전체 거래일이 끝난 뒤에는 전체 거래대금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ETF 거래량 및 거래대금 추이 [표=한국거래소] |
ETF 거래대금은 이미 올 4월에 지난해 누적 거래대금을 뛰어넘었고 지난 7월 5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국제 증시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거래대금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5일 기준 올해 일 평균 ETF 거래대금은 3조8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일 평균 거래대금은 1조3370억원이었다. ETF 시장 규모를 가리키는 순자산가치 총액도 2017년 35조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48조원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액티브(주식형) 펀드는 수년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데다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공·사모 펀드 모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15일 기준 44조8671억원으로 지난해 말(57조6000억원)보다 12조원 이상 줄었다. 감소 규모로만 따져 봐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인 지난 2008년(15조 1000억원) 이후 최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연초 이후 21.11%를 기록해 국내 인덱스 주식형 펀드(32.13%)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굳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유인책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특히 ETF는 다른 펀드와 달리 거래가 쉽고 빠른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잡았다는 평가다.
ETF는 코스피, 코스닥지수나 채권, 현물, 선물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도록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일반 주식 매수처럼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자신이 원하는 ETF를 원하는 금액만큼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순자산에 따라 배당수익도 얻을 수 있고 일반 펀드처럼 매니저에게 주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도 ETF의 강점 중 하나다. 또 업종이나 지수(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낮출 수 있어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에서 증시 변동성을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 상품을 쓸어 담았고 이후 반등장에서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등 주도주를 담은 ETF로 몰렸다.
금융투자업계는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봤을 때 ETF의 형태가 발전하고 있어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이 'ETF 공룡화'에 성공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열풍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패시브 투자의 대표 수단인 ETF가 액티브 영역까지 진입하는 데다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 스타일까지 등장하는 본격적인 액티브 ETF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뚜렷한 스타일 또는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는 운용사들의 성장 여부에 따라 시장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