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뉴욕시 맨해튼 사무직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속도가 다른 미국 주요 도시들보다 현저히 떨어져, 뉴욕의 경제 회복세가 여타 지역보다 더욱 느리고 고통스러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가 은행가들은 조금씩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고 부동산 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는 모범을 보이라는 강요를 하고 있지만, 로펌과 언론사, 출판사, IT 기업 근로자들은 여전히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미국 뉴욕 맨해튼.[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05 bernard0202@newspim.com |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그룹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맨해튼 사무직 근로자들의 사무실 복귀율은 10%에 그쳤다.
이는 뉴욕시가 3월 코로나19(COVID-1)에 따른 자택대기령을 내린 후 처음으로 비필수 근로자의 직장 복귀를 허가한 이후인 7월의 6~8%에 비해서도 거의 개선되지 못한 수준이다. 또한 9월 미국 전국 평균인 25% 및 댈러스(40%)와 로스앤젤레스(32%)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이 달 초 뉴욕의 상당수 사립학교가 신학기를 시작했고 여름철 도시를 떠났던 시민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또한 뉴욕은 초봄까지만 해도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기점이었으나, 지금은 인구당 신규 확진자 비율이 다른 도시들보다 낮다.
이에 따라 노동절 이후 더욱 많은 직장인이 복귀할 것이라 기대했던 뉴욕시 측도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매리 앤 티그 CBRE 최고경영자(CEO)는 "사무실 복귀율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20~25%에는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맨해튼의 사무실 복귀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미국의 다른 대도시와 달리 뉴욕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시민이 자가용으로 통근하는 다른 도시들은 사무실 복귀율이 상당히 높다.
또한 뉴욕 공립학교가 개강을 미루고 있어 자녀를 집에 두고 출근하기를 꺼리는 부모들도 여전히 많다.
이처럼 맨해튼의 수많은 사무실들이 수개월 간 텅빈 상태로 지속되자 미드타운 맨해튼 등 업무지구의 영세 상점과 식당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비싸기만 하고 좁은 집과 높은 범죄율,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문화시설 폐쇄 등의 이유로 상당수 뉴요커들이 넓은 집을 찾아 아예 뉴욕을 떠난 시점에 직장인들마저 복귀하지 않아 뉴욕시 측에서도 재정적 타격이 크다.
통근자들의 교통비에 수익을 크게 의존하는 뉴욕시 교통운수당국은 2021년 말까지 12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돼 서비스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뉴욕시는 낮은 사무실 복귀율로 인해 7월 1일에 시작한 회계연도에 소비세 등 세수가 9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 재계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은 직장인들이 대거 복귀하리라 예상하지 않지만, 며칠 미뤄졌던 공립학교 등교가 시작되고 일부 실내 식당 영업이 재개되고 쇼핑몰과 체육시설 등이 문을 열면 서서히 모멘텀이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강요하는 것은 자칫 소송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사무실 복귀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무료 식사와 차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40일 간 육아 및 육아도우미 비용을 제공하고 있으며, 허스트는 무료 주차와 육아 보조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초기 몇 주를 기억하는 뉴요커들을 붐비는 군중 속으로 돌아오게 하기에는 무료 주차권이 큰 의미가 없다.
도시정책 기구인 지역계획협회의 크리스 존스 부회장은 "많은 뉴요커들이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며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들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