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주세무서장 명의 접수…을구 설정 '이례적'
노조, 사재출연 막기 위한 꼼수 의심…의원실 "회사가 책임질 일"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속도…다음달 직원 절반 이상 감원 방침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 무산으로 파산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한 채 7개월째 임금을 못받고 있는 상태다.
5억원의 고용보험료 체납만 해결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직원들 급여를 일부 지급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마저도 낼 자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말 본인 소유의 서울 서초동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해 자녀들에게 이스타항공 주식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탈세 의혹을 주장해온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은 이 의원이 사재 출연을 피하기 위해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이상직 의원이 소유한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지난달 30일 전주세무서장을 채권자로 한 근저당이 설정됐다. 채권 최고액은 42억5000만원이다.
근저당 설정에 대해 전주세무서 관계자는 "세금 납부에 관한 개인의 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작년 1월부터 고용보험을 납부하지 못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다른 항공사들은 국제선이 마비된 3월부터 유급·무급휴직을 진행하면서 지원금을 활용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 의원이 사재 출연을 해서라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직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3월 공개된 관보 기준 이 의원의 재산은 총 35억7300여만원이다.
노조는 이 의원이 근저당 설정을 통해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7월 들어 노조가 회사 측에 이 의원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자 오히려 최근 이 의원의 주요 자산인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에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보유한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는 최근 30억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채권자가 전주세무서장으로 설정된 근저당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무회계 관련 한 전문가는 "세무서는 보통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에 관한 사항인 갑구에 압류 목적으로 기재가 된다"며 "은행 등 채권자가 을구에 작성되는데 세무서가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은 보기 힘든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주세무서 관계자는 "(세무서에서 을구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에 대해) 설명하면 구체적인 정황이 될 수 있어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 의원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근거는 이 의원 자녀 소유의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탈법적인 자금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는 사모펀드를 통해 100억원을 차입한 뒤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친인척이 소유한 새만금관광개발, 아이엠에스씨 등이 갖고 있던 이스타항공 지분을 이스타홀딩스에 헐값에 매입했다.
노조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근거로 조세포탈죄 등의 혐의가 있다며 이 의원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의원실 측은 근저당 설정은 정상적인 세금 납부의 일환일 뿐이라며 고용보험료 납부 의무는 회사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납부할 세금이 있어서 그 부분이 등기부등본에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 문제는 회사에서 책임지기로 돼 있는 문제여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회사 재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1일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한 뒤 다음달 말 이들을 정리해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고 대상은 남은 직원 1200여명의 절반 이상인 700여명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추후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사측은 지난 18일 100% 재고용을 전제로 대규모 인력 감축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뒤 법정관리를 전제로 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법정과리 중에도 신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DIP 파이낸싱을 활용, 국내선 재개를 위한 자금을 확보해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파산 위기의 기업이 사업을 지속하면서 채무 조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금을 말한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매각이 진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unsa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