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모발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모 어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이 강사에게 미니스커트와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했다. 강사는 성희롱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원장은 성적 의도가 없었으며 강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코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강사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는데도 과한 노출을 요구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시정 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을 20일 발간했다. 사례집에는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다는 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를 주고 재임용을 탈락시킨 대학 사례, 성희롱 2차 피해와 같은 사례가 담겼다.
주요 사례를 보면 신문사 팀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적 농담이 담긴 메시지를 받아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진정을 낸 사건도 있다. 신문사 팀장은 대학 후배인 피해자와 사적인 부분까지 얘기하는 가까운 사이였고 술자리 게임 연장선에서 카카오톡을 보냈다고 했다. 피해자가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반대 의사 표시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신문사 팀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인권위에는 1년에 200건 넘는 성희롱 진정 사건이 접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201건, 2016년 205건, 2017년 298건, 2018년 261건, 2019년 303건 등이다.
인권위가 지난해 말까지 처리한 누적 성희롱 사건은 총 2803건으로 이중 243건을 시정 권고했다. 243건을 당사자 관계와 직위로 구분하면 직접고용 상하관계가 168건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많았다는 의미다. 성희롱 가해자 직위는 대표자·고위관리자·중간관리자가 78.6%를 차지했다.
성희롱 발생 기관은 기업 등 민간 부문이 156건이고 공공기관과 교육기관 등 공공 부문도 87건에 달했다. 발생 장소는 직장 내 124건, 회식장소 65건 등 순이다.
인권위는 "최근 성희롱 진정 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가 늘었다"며 "성인지 감수성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