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유 업무 밖 지시, 상사 지도 방식 정당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막말까지 하는 등 이른바 직장내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산림청 산하 기관인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소속 모 자연휴양림 관리자(팀장) A씨는 지난해 공무직인 B씨에게 풀베기, 낙엽 치우기, 나뭇가지 제거 등 야외 환경정비 업무를 지시했다.
A씨는 평소 "야외에서의 모든 일이 B씨가 해야 할 업무"라고 하면서 각종 야외 환경정비 업무를 시켰다. 심지어 바닥 타일 운반, 관용차 세차 등의 업무도 B씨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업무 지시 과정에서 막말과 욕설 등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견디다 못한 B씨가 병가신청 서류를 제출하자, A씨는 B씨 앞에서 신경정신과 소견서를 소리내 읽으면서 "너가 지금 근무를 할 생각이 없는거야? 뭐 그만둘 생각이야?", "뭔 생각인지, 여기를 그만 둘 생각이야? 다른 생각은 없어?"라고 했다.
또 B씨가 아토피와 허리 통증 등 몸 상태를 고려해 업무 조정 등을 배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내가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 2번 주면 자동으로 계약 해지된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결국 B씨는 직장 상사의 막말과 욕설 등으로 인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건강상의 어려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직장 상사로서 근로계약서에 따라 업무 지시를 했을 뿐 B씨에게 욕설을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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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외부 환경정비 업무가 B씨의 개인별 업무분장사항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점, 시설관리 등을 위한 서비스매니저를 2명 고용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든 야외 작업이 B씨가 응당 해야 할 고유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씨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야외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켰으며, 성과평가를 이유로 병가 취소 등 압박했다고 봤다.
B씨의 근로계약서상 업무는 시설물 운영·관리, 물품관련대장 관리, 안전관리 및 재해·재난관리·수질관리, 관용차량 관리, 창고 관리 등이다.
인권위는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에게 A씨에 대한 경고 조치를 내릴 것 ▲국립자연휴양림 산하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외부 전문가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향후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A씨의 지도 방식과 언행은 상급자로서 정당한 지도 방식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B씨에게 수인하기 어려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줘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