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수사팀, '검언유착' 수사자문단 소집·구성 놓고 충돌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 보장해달라" 대검에 공식건의
추미애-윤석열 충돌→검찰 내 대검-중앙지검으로 확산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 소집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자문단 구성에 착수한 대검에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 배당을 놓고 벌어진 추미애(62)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자문단 구성 과정에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검찰 내부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자문단 소집 관련 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대검에 건의했다고 30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 의혹) 해당 사건은 수사가 계속 중인 사안으로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문단과 수사심의회 동시 개최,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해 전문수사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대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번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검은 전날 과장과 연구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수사자문단 위원 추천 작업을 마쳤다. 대검 부장(검사장)들도 이 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부장들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자문단은 통상 사건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의 후보자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검은 수사자문단 구성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후보 추천을 요청했지만, 수사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자문단 소집은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두차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팀이 그간 내부적으로 대검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날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자문단 소집을 놓고 대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의 반발에 어떤 대응을 할 지 주목된다.
대검이 사건관계인의 수사자문단 소집을 받아들이면서 일각에선 검찰이 윤 총장 측근을 보호하기 위해 자문단 소집을 받아들였다는 반발이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수사자문단은 피의자 측이 요청할 권한이 없는데 피의자의 요청으로, 수사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데도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리게 되면 나쁜 선례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대검 측은 자문단 후보 선정 과정에 "윤 총장이 관여하지 않았고 선정 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언유착'의 피의자인 채널A 전 기자 이모(35) 씨 측은 수사 결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고 대검에 진정서를 냈다. 수사자문단 소집은 사건관계인이 요청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전 기자 측은 '진정'의 형식을 빌렸다. 대검은 이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전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가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수사심의위) 소집을 가결했다. 이 전 대표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은 대검의 수사자문단 회부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검언 유착' 하나의 사건을 놓고 검찰 내에서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회 두가지 심의가 동시에 가동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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