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재택 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일터로 나간 미국 직장인들은 크게 달라진 사무실 환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 곳곳에 모든 직원들의 이동과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IT 장치가 설치됐고, 체온을 측정하는 카메라도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사무실 풍경이다.
맨해튼의 빌딩 숲 [사진=블룸버그] |
전세계 250만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가 직장인들의 일상까지 바꿔 놓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러스 확산을 진화하기 위한 경제 셧다운이 점진적으로 해재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이른바 2차 팬데믹을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록펠러 센터의 입구에는 체온을 측정하기 위한 카메라가 등장했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건물 입구에서 가려내 전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복안이다.
건물주인 RXR 리얼티는 32층짜리 건물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이동과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 현황을 추적하기 위한 모바일 앱을 설치할 계획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달 중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무실 내에서 상호 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스마트폰 앱을 준비 중이다. 에너지와 제조업, 은행 등 50여개 고객들도 앱 가동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대형 광고업체 인터퍼블릭 그룹은 2만2000여명의 전체 직원을 세 그룹으로 구분해 코로나19 확산 리스크를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각 직원의 평소 건강 상태와 연령 등을 근간으로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를 평가한다는 것. 이를 위해 직원들은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 질환과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가족력에 대한 내용도 밝혀야 한다.
팬데믹 사태 이전 철저한 보호의 대상이었던 개인 정보가 바이러스 전염을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벗겨지는 모습이다.
9 ·11 테러 이후 감시 카메라와 출입 카드 등 보안을 위한 각종 장치가 각 건물에 등장한 데 이어 바이러스 팬데믹이 또 한 차례 직장과 생산 현장 문화에 변화를 몰고 왔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사무실을 재개방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생명공학 업체 길리어드가 개발한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이 승인됐지만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데다 대중적인 사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인 높고, 백신 개발 역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WSJ은 서구 민주주의 사회가 수립된 이후 전례 없는 감시망이 구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각 기업과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도 사생활 노출보다 바이러스 위험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오피스 공유 업체 노텔의 아몰 사바 최고경영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대대적인 파장을일으키고 있다"며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아니라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사무실 설계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대학교의 제이슨 슐츠 법학과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등장한 각종 앱과 장치들은 영구적으로 가동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부 기업들은 촘촘하게 붙어 있던 책상을 일정 거리를 두고 띄웠고, 경제 개방 이후에도 반드시 출근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인력의 경우 재택 근무를 지속하도록 할 방침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