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경기 판단을 유지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전날 발표한 2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는 수출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 약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경기 판단을 "완만하게 회복"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은 고용과 소득 환경이 견고하다는 점과 내수가 경기를 떠받칠 것이라는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 소비세율 인상 후 침체됐던 개인소비가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같은 경기판단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제지표와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1.6% 감소(연율 6.3% 감소)로 5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월 수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6% 감소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후지시로 고이치(藤代宏一)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판단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소비세 증세 전후로 발생한 단층이 예상보다 심각해 개인소비는 '회복하고 있다'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총무성 가계조사에서는 소비세를 인상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침체된 소비지출의 회복이 둔하다"며 "소비 현상에 비춰보면 경기판단은 '답보 상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약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세 증세를 단행했던 데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예민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한 내각부 간부는 "증세 때문에 경기가 나빠졌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규모 26조엔대의 경제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 때도 "해외에서 비롯되는 하방리스크에 대한 대비"라고 이유를 밝혔다. 내각에서는 이번 경기판단을 하향조정하면 2020년도 예산안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내각은 대규모 경제대책을 통해 2020년초 이후 경제가 플러스 성장 궤도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소비세 증세에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실현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에 정치가 개입되는 걸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스에히로 도루(末広徹) 미즈호증권 시니어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 하에서는 경기판단에서 낙관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며 "정권을 의식하다가는 길을 잘못 들 수 있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은 설비투자 시기 등 민간 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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