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실 채권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벌처펀드를 중심으로 투기 세력들이 해당 채권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움직임이다. 심지어 디폴트가 발생,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 회사채도 입질의 대상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은행(IB) 업계가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가 올해도 크게 상승, 투자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투기적인 움직임이 시장 리스크를 높인다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정크본드 시장은 1조2000억위안(1710억달러)를 웃돌았다.
중국 인민은행(PBOC)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회사채 시장 규모는 약 25조위안에 달했다. 지난 2005년 약 4조위안에서 폭발적으로 확대된 셈이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회사채 디폴트는 연초에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밖에 크고 작은 스캔들로 인해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장의 물이 흐려진 틈을 타 투기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이스트 머니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8년부터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 정크본드를 집중적으로 거래하는 벌처펀드 업체가 100개 이상 생겨났다.
이들은 디폴트 리스크나 그 밖에 경영진의 성추문 등 악재로 인해 급락한 회사채를 매입, 가격이 반등할 때 매도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와 함께 고위험 정크본드가 제공하는 고수익률도 투기적인 매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익률 9%를 웃도는 정크본드 물량이 1434건에 달했다. 이는 2018년 말 951건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디폴트 리스크를 감안해 채권 가격을 후려치는 기관 투자자와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벌처펀드가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 전반이 혼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데 따라 은행권이 고위험 채권에서 발을 빼면서 투기 세력의 활동이 한층 과격해졌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라만 캐피탈은 상하이 소재 부동산 개발 업체인 퓨처 랜드 디밸롭먼트의 회사채 가격이 액면가 1달러 당 88센트까지 떨어졌을 때 이를 대량 사들인 후 몇 주 뒤 95센트까지 가격이 오르자 이를 전량 매각했다.
업체 대표의 성추문을 악재로 회사채 가격이 급락한 틈을 타 단기에 쏠쏠한 차익을 손에 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디폴트를 내고 가격이 10센트까지 폭락한 회사채를 적극 사들이는 투기 거래자들도 상당수다.
중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이 한계 상황에 이른 좀비 기업들의 퇴출에 무게를 두고 있어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드의 얘기다.
상하이 소재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왕 예종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과거와 같지 않고, 모든 부실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며 "산업재 업체의 부실 채권을 사들였다가 3000만위안 이상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실 채권 거래로 21%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벌처펀드조차 이 같은 운용 성적이 영속되기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정크본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진 야오는 "채권시장의 극심한 교란으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