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명이 독거노인
명절 가족들과 보내는데…상대적 박탈감 증폭
"사회적 관계망 형성 위한 정부 지원 절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서울 도봉구의 오래된 연립주택 2층에 사는 조모(82) 씨는 설 명절이 반갑지 않다. 5년 전 남편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뒤 쭉 혼자 지내온 조씨는 명절에 따로 만날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없다. 해외로 이민을 간 유일한 피붙이인 딸은 최근 몇 년간 얼굴을 보지 못했고, 자주 왕래하며 지내는 이웃주민도 명절이 되면 충북 제천에 있는 아들네 집을 방문한다. 조씨는 "명절이면 혼자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종일 텔레비전만 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가족 없이 긴 연휴를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들은 명절이 달갑지 않다. 혼자 쇠는 명절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독거노인들도 늘어나면서 가족 만들어주기 등 독거노인들을 사회적 관계망 속에 편입시킬 수 있는 능동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제47회 어버이날 기념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어버이날 효 사랑 큰잔치'에서 한 어르신이 어린이합창단의 축하공연을 감상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5.08 dlsgur9757@newspim.com |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768만4919명 중 19.5%가 독거노인으로 집계됐다. 노인 10명 중 2명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함께 사는 가족이 없어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고, 이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5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8.8명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와의 사별, 성인 자녀들의 독립, 핵가족화 등으로 혼자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자양분이 사라진 독거노인들은 외로움으로 인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명절 때 외로움이 더해지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선미 서울대 행정학 박사의 '도시와 농촌 노인들의 자살 영향요인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2017)'에서 독거노인들은 "손주 있을 땐 하나도 외롭지 않았는데 (외로워서) 어서 죽었으면 한다", "자식이 없으니까 명절이면 아주 더 죽겠다", "명절이나 생일에 너무 외롭다" 등 명절에 심각한 외로움을 호소했다.
최 박사는 "외로움과 고독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단절감으로 인해 살아야 할 존재 이유를 잃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며 "특히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혼자 있으면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독거노인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촘촘한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웃과의 깊은 연대 의식과 유대감이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시설 또는 공동으로 생활하는 가정을 이뤄 가족적인 보호를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그룹홈(group home system)'이 대표적 예다. 그룹 홈은 현재 대부분 아동이나 청소년, 장애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2004년 만들어진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가 있고, 2006년 설립된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는 장애인 적응을 돕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그룹홈은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곽 교수는 "노인들이 스스로 커뮤니티에 나오고 여러 사람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룰 수 있는 보다 능동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각 지역에 만들어진 노인정에 적극적으로 노인들이 나올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든다든지, 경제적 지원 외에도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독거노인들의 '가족 만들어주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le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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