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성민)을 암살한다. 이 일이 있기 40일 전, 미국에선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 정권의 실체를 고발,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 나서고 대통령(이성민)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인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0·26사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1990년부터 2년 2개월간 동아일보에 연재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다. 한일 양국에 발매된 단행본은 당시 52만부가 판매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메가폰을 잡은 우민호 감독은 이 방대한 기록 중 10·26사태가 일어나기 전 마지막 40일로 이야기를 압축했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은 팩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 시간을 다시 풀어냈다.
강점은 근현대사를 옮긴 실화극이지만 누아르 스릴러란 장르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는 데 있다. 박용각의 청문회 후 박통을 두고 대치하는 김규평과 곽상천의 권력 다툼이 쫄깃하게 그려졌다. 치밀하게, 또 추악하게 세력을 겨누는 이들의 싸움과 감정의 뒤엉킴을 쫓다 보면 어느새 스크린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 혹은 모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감하게 곁가지들을 쳐낸 점도 좋다. 우 감독은 지난한 과정을 나열, 설명하기보다 빠른 리듬감을 선택해 긴장감을 살렸다. 여기에 총제작비 200억원이 들어갔으니 볼거리도 풍성하다. 국내와 미국, 프랑스를 오간 로케이션 촬영에 고증에 충실한 미술, 의상 등으로 캐릭터들의 심리까지 담아냈다.

배우들의 열연은 '남산의 부장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좋은 의미로 차고 넘친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그리고 김소진(데보라 심 역) 등은 날카로운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단 한 장면도 버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하고 완벽하다. 그중에서도 베스트 컷은 이병헌의 마지막 얼굴이다.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다. 이번에도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오늘(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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