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번 드라마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맹수 우리에서 한없이 작은 양의 외침이 웃기지만 귀엽고 멋지고 당당해보였죠."
배우 윤시윤이 최근 종영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통해 또 한번 연기변신에 나섰다. 코믹과 스릴러를 오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며 사는 육동식을 실감나게 그려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2020.01.14 alice09@newspim.com |
"아무래도 코믹과 스릴러가 공존하니까 공감을 자아낼 웃음 포인트가 있길 바랐어요.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과 마주했을 때 어떨까 싶더라고요. 사람을 죽이겠다는 마음만 먹어도 잠을 못 이룰텐데, 육동식은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치다 기억을 잃죠. 살인 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보고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믿는 거잖아요. 제가 그 상황에 직면했다면 어땠을까요. 거기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려 했어요."
윤시윤에게도 이번 캐릭터 육동식은 난센스에다 아이러니였다. 증권투자사 말단으로 입사해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인물이 갑작스레 연쇄살인마로 둔갑하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윤시윤에겐 코믹하게 다가왔다.
"사실 캐릭터 분석에 중점을 두지 않았어요. 육동식이라는 인물이 된 상태에서 주어지는 것들이 난센스잖아요. 그걸 연기할 때가 재밌는 거니까 그저 동식이로서 표현하면 될 거 생각했죠. 동식이는 가장 평범한 우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사이코패스라니 이상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드라마를 향한 접근이 다소 이상한 거죠. 하하. 굳이 과하게 웃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알고보면 육동식은 사연이 많은 캐릭터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려니 의외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특히 윤시윤이 가장 애먹은 장면은 액션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2020.01.14 alice09@newspim.com |
"한 장면에서 추격하고 넘어지고 구르는 장면이 많았어요. 빌딩에서 떨어지는 신도 있었죠. 흔히들 말하는 풀샷, 바스트, 인서트를 찍기에는 너무나도 쉽지 않은 장면들이었어요. 매 장면 힘을 줘야했죠. 제가 또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유난히 빌딩 신이 많았어요. 실제 7층 높이에서 촬영했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배우로서 개인적인 패널티도 극복하는 게 맞으니까 티 안내고 임했죠."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로맨스지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는 이런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허성태(장칠성 역)과 브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형이에요. SBS '녹두꽃' 때 셀카랑 문자가 온 적이 있어요. '너무 수고했고 잘했다. 최고다'라는 말을 해주셨죠. 저처럼 부족한 사람을 배우로 대해주시니 울컥했어요(웃음). 이번 작품 캐스팅 소식도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자꾸 스킨십을 넣더라고요. 인공호흡 장면도 많고…. 케미는 좋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은 성태 형보단 (박)성훈이에요. 하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2020.01.14 alice09@newspim.com |
배우들 케미야 최고였어도 시청률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첫 방송 1.8%(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 3.0%를 기록했다. 윤시윤의 시청률보다는 장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시청률 역시 만족하면 안되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얼마나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즐거움을 확실하게 드렸다면 수치는 올라가게 돼 있거든요. 이 작품에서 아무래도 장르가 쉽지 않아 조금 아쉬웠어요. 코믹과 스릴러 부분을 오가니까 두 가지를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나 의문이 남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은 윤시윤은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늘 다른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확고한 기준이 있을 법 했지만 캐릭터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기준은 없다고 웃었다.
"캐릭터 변주를 주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저희는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선택 받는 사람이잖아요.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시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정말 작품에 임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아닌 이상 도전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그것도 다 복이잖아요(웃음). 이전에 했던 캐릭터와 반대되는 걸 맡겨주시면, 그만큼 믿어주시는 거니까 기꺼이 해야죠. 저라는 배우는 흥행을 놓고 봤을 때 위험요소가 많은 주연이에요. 늘 겸손하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임하는 게 제 몫이죠."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