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대중 관세 일부 철회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골자로 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뤄내면서 미중이 무역전쟁 1차전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다 해도 세계 최대 강국 간 패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국 간 지정학적, 경제적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와 미국의 경제 시스템 간 간극은 여전히 넘기 힘들기 때문에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양국이 경제 패권을 둔 2차전에서는 1차전에서 관세를 무기로 휘두른 것과 달리 수출입 통제, 투자 제한, 제재 등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년 간 미국 정부는 2차전에 대비해 조용히 법적 구조물을 세워놓았다. 지난 2018년 미국 의회는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미국 내 외국 투자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합심해 중국산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미국 내에서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워싱턴에서는 미중 비즈니스 및 투자 관계를 추가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처럼 경제적 강압 수단을 활용하는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격법을 전면적 관세전에서 선별적 강압 수단으로 옮겨갔음을 의미한다고 FP는 해석했다.
게다가 화웨이에 대한 공격 또한 전면전이 아니라 다각도의 측면 공격이 주를 이뤘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이란 제재를 위반했고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상무부의 거래제한 목록에 올렸다. 또한 우방국들에 화웨이를 배척하라는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부작용도 낳았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글로벌 매출은 타격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게 해달라고 미국 기업들이 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서방 쪽에서 미국의 외교 공세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둬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등이 화웨이를 5G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고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도 화웨이를 핵심 5G 사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등 소수를 제외하면 신흥국에서는 화웨이가 여전히 네트워크 개발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FP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측면 공격에 나설 때 네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경제적 강압 조치에 나설 때 미리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리 경고를 날려준 덕에 화웨이는 1년치 부품을 사재기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할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이 입는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웨이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부품을 공략해야 한다고 FP는 조언했다.
두 번째는 외교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를 무역전쟁의 레버리지로 취급함과 동시에 화웨이를 배척해야 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우방국들에 믿음을 주는 데 실패했다.
세 번째는 중국 제품에 대한 대체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5G에 있어서 화웨이에 그나마 맞설 수 있는 스웨덴 에릭슨조차도 화웨이처럼 통합적 솔루션을 낮은 비용에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은 경제적 강압 조치로 인해 장기적으로 의도치 않았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들은 미국이 화웨이를 배척하면 화웨이가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이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구글의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할 OS 개발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 확률이 낮은 시나리오이기는 해도 화웨이의 OS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P는 미국이 전면전이 아닌 이처럼 각종 제재와 통제로 중국을 공격함으로써 경제 패권을 둘러싼 2차전은 화웨이가 상징하는 압박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