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종식시켰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미국으로 인한 군비경쟁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17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 우려에 대해선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은 히로시마(広島)·나가사키(長崎) 피폭 75주년, NPT조약 발효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세계는 핵 문제와 관련한 분기점이 맞이하게 된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냉전 종결을 선언했던 말타회담으로 부터 30주년이 되는 지난 3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 응했다.
신문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 내내 "핵전쟁은 용서할 수 없다.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특히 그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탈퇴로 인해 실효된 것을 언급하며 "시류를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2002년 미국의 핵탄도요격미사일(ABM)협정 탈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했던 신 전략핵무기삭감조약(New START) 연장에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적인 점 등을 언급하며 "전략적 안정을 위한 3개의 축을 상실하는 사태는 큰 위기"라며 경종을 울렸다.
뉴스타트는 지난 2010년 체결된 조약으로 오는 2021년 만료된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 군비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INF 조약이 실효되면서 현재 전 세계에 남은 유일한 핵 군축 조약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소형 핵탄두 등 '사용할 수 있는 핵' 개발 의지를 표명하며 러시아의 위반을 이유로 INF를 탈퇴한 뒤엔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러시아도 이에 대항할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핵 군비 경쟁 우려를 사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에 대해 "우선 대화를 재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억지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그는 "(핵무기는) 일반적으로 세계를 지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세계를 계속해서 위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핵무기가 무엇인지 처음 체험한 나라"라며 "일본의 역할과 일본이 하는 말은 무겁다"고 말해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 재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고르바초프는 1985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해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외치면서 당시 침체에 빠졌던 소련에 변화를 예고했다. 1990년엔 소련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그해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다만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한 뒤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현재는 고르바초프 재단 총재를 맡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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