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망진단서 작성시 주의의무 위반"
백 교수, 4일 1심 재판부에 항소장 제출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 교수가 유족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4일 법원에 따르면 백 교수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016년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故) 백남기씨의 장례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 장소인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11.05. leehs@newspim.com |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서 나온 강한 물을 맞고 쓰려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듬해인 2016년 9월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숨졌다.
당시 신경외과 과장이던 백 교수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유족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윤리위원회를 통해 백 씨의 사망원인을 외인사로 수정, 발표하고 사망의 직접적 원인을 경찰의 물대포로 결론지었다.
백 씨 유족들은 2017년 1월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총 1억3500만원의 위자료를 달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백 교수는 유족들에게 총 4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물대포를 맞아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고, (이러한) 외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해 사망 종류가 '외인사'임이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피고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사망 종류를 '병사'로, 사망의 직접 원인을 '심폐정지'로 기재해 의사에게 부여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리인은 선고 직후 "재판부는 백 교수가 백 씨를 병사로 진단한 과정에 대한 의학적 증거자료 제출 및 4차례 변론재개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재판부 판단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백 교수는 주치의로서 백 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증명하기 위해 진료기록 송부 및 당사자 본인신문 신청을 했다"며 "이를 외면한 재판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백 교수 측 반발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백 교수 측이 판결 선고 과정에서 보였던 태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판결은 의사가 진단서를 작성할 때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제시하고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 작성행위 위법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사회적 권위를 남용해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