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백씨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주치의 측 "진실 외면한 판결…항소할 계획"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5년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에 대해 당시 주치의가 손해를 배상하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백 씨의 유족 4명이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백 교수는 유족들에게 총 4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종전 화해권고 결정과 동일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고(故) 백남기씨의 장례미사를 마친 운구행렬이 노제 장소인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11.05. leehs@newspim.com |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진압 과정 중 물대포에서 나온 강한 물을 맞고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듬해인 2016년 9월 25일 숨졌다.
당시 신경외과 과장이던 백 교수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유족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윤리위원회를 통해 백 씨의 사망원인을 외인사로 수정, 발표하고 사망의 직접적 원인을 경찰의 물대포로 결론지었다.
백 씨 유족들은 2017년 1월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총 1억3500만원의 위자료를 달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의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유족들에게 5400만원을 배상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 결정은 2주간 이의제기가 없으면 확정판결의 효력을 갖는다.
서울대병원 측은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11월 6일 확정됐으나 백 교수는 이에 불복해 이날 별도로 1심 선고를 받게 됐다.
이날 선고 과정에서 백 교수 대리인단은 증거 제출 기회 등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판결을 선고하려는 재판부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후 3년이 지났다"며 "오랜 기간 심리했고 화해권고 결정까지 한 상태에서 1심을 다시 재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고가 끝난 뒤 대리인단은 취재진에게 "백 교수가 백 씨를 병사로 진단한 과정에 대한 의학적 증거자료 제출과 4차례에 걸친 변론재개 신청을 모두 기각한 재판부 판단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며 법적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백 교수는 주치의로서 백 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증명하기 위해 진료기록 송부와 당사자 본인신문 신청을 했다"며 "그럼에도 이를 외면한 채 판결을 강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재판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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