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정지로 당연 박탈" vs "선출된 국회직"
국회법엔 '교섭단체 대표의원' 선임 규정 없어
국회사무처 해설집 "관례 따라 당직의 하나"
강제성 의문, 사임때 직인 필요…"의미 없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바른미래당이 원내대표직을 두고 뜨겁다. 당 윤리위원회가 오신환 원내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내리자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 측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당직"이라며 오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자격이 박탈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원내대표 측은 이미 안병원 윤리위원장이 최고위원 5인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았으므로 징계 자체가 무효라고 반박했다. 특히 징계가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선출된 원내대표를 내쫓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6.17 leehs@newspim.com |
◆ 당권파 "당직이므로 박탈…당원권 없는 원내대표가 말이 되나"
당권파 측 관계자는 오 원내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윤리위 징계가 나온 이상 오 원내대표는 당연히 원내대표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 원내대표도 직접 국회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선출됐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당헌‧당규에서 당원권을 잃었으니 당연히 원내대표직을 상실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당 윤리위원회도 ▲제명 징계를 받았을 경우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그 이하 ▲당원권 정지 ▲당직 직위 해제 ▲당직 직무정지 ▲경고 징계에는 해당 절차 없이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서는 이번 윤리위 징계 결정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당헌‧당규 해석은 별론으로 하고 실제 국회에서 오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박탈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손 대표 측 일각에서도 "윤리위 징계를 두고 이전부터 계속 나온 지적"이라며 "당 내부에서는 원내대표로서의 권한이 모두 박탈되지만 실제 국회에서 역할이 박탈될지는 의문이다.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권파는 당 윤리위 징계가 발표된 이상 적극적으로 나서 오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박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이에 따라 손 대표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에게 발송했다.
손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법원 판례에 비유하면서 "법원이 배상판결을 내렸으면 가해자가 돈이 없어서 배상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판결 효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실효를 거두도록 할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2.02 leehs@newspim.com |
◆ 오신환 측 "손학규가 무슨 주장을 하든 원내대표 신분 아무런 변화 없어"
반면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 징계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권한이 없는 윤리위원장이 '사인' 자격으로 행사한 징계는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오 원내대표 측은 "안병원 전 윤리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이미 최고위원 재적과반수 요구에 의해 불신임된 '사인'에 불과하다"며 "권한 없는 사인이 윤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징계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측은 이어 "윤리위는 안 전 위원장이 불신임되어 궐위상태이기 때문에 당규 위반으로 윤리위 구성 자체가 와해된 상황"이라며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리위 구성에 하자가 없다라도 원내대표직은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국회직이기에 당헌‧당규상 원내대표를 끌어내릴 방법은 임기 만료나 자진 사퇴 그리고 제명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2일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가 무슨 주장을 하든, 원내대표의 신분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며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서 원내대표의 직무 또한 정지되는 것이 아니다. 윤리위원회를 동원한 막장정치로 당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손 대표의 분파적 해당행위에 맞서서 끝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 직인이 찍힌 공문에 대해서도 "손 대표 명의의 직인이 날인된 '오신환 원내대표 당 징계 결정에 따른 원내대표 권한대행 결정의 건 통지공문'은 바른미래당 대표의원의 직인이 날인된 공문이 아니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2.02 leehs@newspim.com |
◆ 국회법엔 관련 조항 없어…사무처 해설집도 "관례에 따라"
국회법은 교섭단체에 대해 제33조를 통해 "국회에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그 단체의 소속 의원이 연서·날인한 명부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섭단체의 성립과 그 대표의원 등록 방법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대표의원 선임 및 궐위 등과 관련한 규정은 따로 없다.
굳이 따지자면 국회 사무처에서 발행한 국회법 해설집을 참고로 할 만 하다.
국회법 해설집은 '교섭단체 및 대표의원의 역할'에서 "교섭단체 대표의원 선임과 관련해 국회법상 아무런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관례상 각 정당은 당직의 하나로 원내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 취임한다"고 명시했다.
국회법에는 해당 규정이 없으나 국회 사무처는 원내대표 선임 등 절차에 대해 관례에 따라 원내대표를 각 정당 당직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며 정당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인 만큼 '관례'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해석이 다른 만큼 논란이 되는 사안이고, 아울러 국회 사무처가 정당 내부 다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원내대표의 사보임 실무에 있어 해당 원내대표 직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회 사무처는 각 정당 원내대표의 사임‧변경이 있는 경우 해당 원내대표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접수해왔다.
오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결국 오 원내대표의 직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권파도 잘 알고 있다"며 "손 대표가 무슨 주장을 하든 오 원내대표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 오 원내대표를 흔들려는 공작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