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시위까지 내우외환 가중
경기불황에 각종 경제 지표 '빨간 불'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가 입는 타격도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내부 정치 문제까지 불거지며 홍콩 경제가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홍콩 당국은 홍콩 경제를 무너트릴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홍콩 전경 [사진=바이두] |
홍콩의 올해 2분기 홍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로 최근 10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대비 0.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천마오보(陳茂波) 홍콩 재정국 국장은 25일 매체 기고문을 통해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다면 홍콩 경제는 경기후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홍콩의 경제 상황을 ‘태풍’에 비유하며 현재 상황을 ‘시그널 3‘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시그널3’는 중형 태풍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태풍 발생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경보로 이보다 한 단계 더 격상된 ‘시그널 8’이 발령되면 홍콩 전역은 도시 기능이 정지된다. 학교 및 회사가 휴무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도 거래가 중지된다. 홍콩 경제가 마비 직전에 임박해 있다는 소리다.
태풍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대외무역이 위축되며 물류 및 운수업이 피해를 봤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내부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시위로 유통, 요식,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시위로 홍콩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 대륙 관광객의 소비 및 외자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외부적인 요인이 결합한 태풍은 이미 홍콩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2분기 홍콩의 화물 수출은 5.4% 감소했다. 올해 6월 13일부터 8월 15일까지 홍콩 항셍지수 하락 폭은 약 7.3%에 달하고 증발한 시가총액은 2조 홍콩달러(약 309조원)가 증발했다.
홍콩 여행업계에 따르면 2019년 초 증가세를 보이던 홍콩 관광객 수는 시위가 격화된 6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초에는 관광객 감소세가 전년 동기 대비 31%까지 확대됐다. 최근 8월 15일부터 20일까지의 수치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한데 작년 대비 4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감소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졌다. 홍콩의 6월 소매판매는 7.6% 감소했다. 홍콩 번화가인 침사추이의 한 쇼핑몰에서는 최대 70%에 달하는 할인율을 내건 매장도 등장할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2분기 요식업계 수익은 4.6% 감소했는데 최근 10년 사이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세계 31개 국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홍콩 여행 관련 주의를 당부하고 있어 여행업 전반의 부진은 지속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러한 경기불황은 실업률도 끌어 올렸다. 올해 5~7월 홍콩의 실업률은 4~6월 대비 0.1% 상승했는데 이는 2년 만에 나타난 상승세다. 실업률을 끌어올린 원인은 여행 관련 숙박 및 요식업계 불황 때문으로 올 초 3.4%로 유지됐던 실업률이 5~7월 사이 4.3%까지 상승했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2만 7000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전문가는 과거 사례를 들어 실업률 악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마다 홍콩의 실업률은 급등한 바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가 전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8월 15일 홍콩 정부는 2019년 홍콩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의 2~3%에서 0~1%로 수정했다.
홍콩에서 중국 대륙으로 범죄인 인도를 가능케 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로 홍콩은 최근 정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홍콩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홍콩 정부와 시위대가 인도 법안 폐지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 불안은 홍콩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