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환헤지 없이 미국 채권을 사들인 해외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화 스왑 비용이 사상 최고치로 뛰면서 상당수의 트레이더들이 환율 리스크 노출을 선택한 가운데 달러화 하락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손실 위험을 사전에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치울 경우 이중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다.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5년 만기 미국 채권의 환헤지 비용이 같은 만기의 그리스 채권에 비해 높게 형성됐다.
무역가중치를 기준으로 한 달러화 가치가 20년래 최고치로 뛴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단에도 미국 금리가 유럽과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 해외 투자자들의 헤지 비용 부담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를 설정하고 미국 채권을 사들인 유럽 투자자들은 미 10년물 국채 대비 마이너스 0.5%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일본 채권에 대한 수익률 마이너스 0.3%를 밑도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헤지를 설정하지 않은 유럽 투자자들은 2.58%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헤지 비용에 따른 불이익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해외 투자자들이 헤지 없이 미국 채권에 베팅했지만 달러화 하락 리스크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 동결에 침체 공포의 완화,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연출할 가능성이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 점쳐지는 상황.
예상이 적중할 경우 미국 채권을 환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로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화 낙폭 만큼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소위 와타나베 부인이 지난달 매입한 미 채권은 1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일본 투자자들은 4개월 연속 매 채권시장에서 ‘사자’를 지속했다. 상황은 그 밖에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도 마찬가지.
RBC에 따르면 최근 미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매수 물량은 대부분 환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다니엘 소리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고수익률을 좇아 투기등급 회사채를 포함한 채권에 뭉칫돈이 몰렸다”며 “헤지 비용 상승과 달러화 하락이 맞물릴 경우 채권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를 설정한 투자자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손실 부담을 떠안으며 헤지를 연장하거나 보유 물량을 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경우 미 채권시장에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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