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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의 '유산' RAMA, 닛산의 방패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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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 닛산에 유리하게 양사 간 통치규칙 RAMA 개정
르노, 닛산 측 의사와 맞지 않는 간섭할 수 없게 돼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닛산(日産)자동차와 르노의 주도권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아사히신문이 양사의 통치 규칙인 'RAMA'에 대해 보도했다. 

RAMA는 개정연합기본계약(Restated Alliance Master Agreement)의 약자로, 전문 30페이지 정도의 영문 합의문이다. 닛산의 수뇌부 인사나 이사의 수 등이 이 합의문에 규정돼 있다. 

신문은 곤 전 회장이 RAMA 개정을 주도해, 르노가 닛산에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곤 전 회장이 닛산에 두고 간 '선물'이 닛산의 승부 카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에 의해 기소돼있다. 서구권에선 그의 실각을 '닛산 경영진에 의한 구데타'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RAMA는 양사 협력의 기반이 되는 만큼 중요한 문서지만 베일에 싸여있다. 실제로 본 사람은 닛산과 르노의 임원 가운데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닛산 부사장 출신인 한 관계자도 아사히신문 취재에서 "(RAMA를) 본 적은 없다"며 "중요 문서지만 이사회에서 밝혀진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르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양 사는 RAMA의 전신이 되는 계약을 맺었다. 2002년 3월 해당 계약이 개정돼 현재 RAMA의 원형이 됐다. RAMA는 양사 간의 합의로 변경할 수 있어, 이후 2005년과 2012년, 2015년에 3차례 개정됐다. 

닛산 관계자에 따르면 RAMA엔 △르노는 닛산 최고집행책임자(COO) 이상의 직책 인사를 지명할 수 있다 △닛산이 주주총회에 올린 인사안에 르노는 반대할 수 없다 △닛산 이사에는 닛산 출신자의 수가 르노 출신의 수를 상회한다는 등 쌍방에 유리한 내용이 각각 담겨있다. 

◆ 곤 전 회장, 프랑스 정부 간섭 막으려 RAMA 개정해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를 쥔 대주주다. 중요 안건에 거부권을 갖는 기준(3분의 1)을 넘겼기 때문에 본래라면 닛산의 경영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RAMA가 이를 막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RAMA를 개정하면서 '르노가 닛산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면, 닛산은 독자판단으로 르노 주식 보유량을 늘릴 수 있다'는 항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닛산이 보유하고 있는 르노 주식을 현 15%에서 25%로 늘리면, 르노의 의결권은 일본 회사법 규정에 따라 효력을 잃는다. 

이처럼 RAMA를 닛산에 유리하게 개정하도록 주도한 인물이 바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다. 프랑스 정부가 닛산에 개입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는 2년 이상 주주로 있으면 2배의 의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법이 성립된 게 계기였다. 곤 전 회장은 해당 법으로 인해 르노에서 프랑스 정부의 의결권이 확대되자 곧바로 RAMA 개정에 나섰다.  

2016년 르노 주주총회에서는 해당 개정에 대해 "르노는 닛산 대주주이면서 왜 스스로 발을 묶는가" 등의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르노 측은 이에 "연대 이래 닛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식으로 기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 덕분에 닛산 경영진은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됐다. 르노는 닛산 측 의사에 맞지 않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는 강경책을 펼칠 수 없었다. 르노의 대주주로서 닛산 경영에 관여해왔던 프랑스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닛산의 독립성을 지지하던 곤 전 회장은 2018년에 접어들면서 입장을 바꿨다. 그 해 르노 회장 겸 CEO 재임에 성공한 게 계기였다. 일각에선 곤 전 회장이 재임과 맞바꿔 양사 경영통합을 바라는 프랑스 정부 측으로 돌아섰다고 의심했다.

이후 2018년 11월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서구권 언론에선 곤 전 회장의 실각을 '닛산에 의한 쿠데타'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르노와 닛산은 현재 후임 회장 선출과 자본관계 재편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면서 "곤 전 회장이 닛산에 두고 간 '선물'이 얄궂게도 닛산의 승부 카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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