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오만의 지인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린 후, 닛산 자금을 통해 변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1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이 2009년 1월 오만의 닛산 판매대리점 오너로부터 3000만달러(약 337억원)를 개인적으로 빌린 뒤, 닛산 자회사로부터 해당 대리점에 총 3500만달러(약 393억원)이 송금된 정황이 포착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이 닛산 자금을 개인적인 빚 변제에 충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대차계약서(차용증)을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관계자에 따르면 곤 전 회장과 해당 오만 닛산 판매대리점은 오랜기간 알고지낸 사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1월 20일에 개인적으로 3000만달러를 빌린다는 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곤 전 회장은 닛산의 자회사인 중동닛산(아랍에미리트)에 지시해, 몇 해에 걸쳐 해당 판매대리점으로 500만달러(약 57억원) 전후의 금액을 수차례 송금하도록 했다. 명목은 판매촉진비로, 최고경영자(CEO)직할인 'CEO예비비'에서 지출됐다.
닛산 관계자는 해당 지출에 대해 "현장에서 요청한 지출이 아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 필요성을 부인한 셈이다.
신문은 "곤 전 회장이 자금 변제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서 업무와 관련없는 지출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회사법 위반(특별배임)에 해당된다"면서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곤 전 회장 측은 오만을 포함한 중동 각국 대리점에 지출한 금액에 대해 "장려금이다"라며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 측은 관계자 청취조사와 함께 현지에서 증거를 모아 입건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전망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2008년 10월 개인투자에서 발생한 18억5천만엔(약 187억원)의 손실을 닛산에 부담하게 한 혐의가 있다. 이후 해당 계약을 되돌릴 때 신용보증에 협력한 사우디아라비아 재벌 칼리드 주팔리의 회사에 닛산 자산 1470만달러(약 164억원)를 부정 지출한 혐의도 있다.
오만 판매대리점 오너에게 돈을 빌린 시기가 주팔리로부터 신용보증을 받은 때와 겹치기 때문에, 특수부 측은 당시 곤 전 회장의 자금 사정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