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센터' 사유화 논란 언급
동시대 이슈 담은 시즌 프로그램 6편 공개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극장을 지켜라."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이 23일 오후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된 '2019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꼽은 올해의 화두다.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남산예술센터] |
남산예술센터는 지금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는 지난해 1월 극장 소유주 서울예술대학(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2020년까지 임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남산예술센터는 서울시가 2009년 서울예대와 임차계약을 체결해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위탁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에 연극계에서는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자 공공극장으로서의 남다른 상징성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연 극장장은 "극장 안팎으로 논란이 많다. 올해 가장 큰 화두는 '극장을 지켜라'다. 극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연극 현장에서 공론화 하고, 그 운명을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남산예술센터의 창작 지원,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다. 남산예술센터 자체가 연극계의 자산이기 때문에 아카이빙을 만들어 극장 운영 주체가 바뀌어도 공유되는 자산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말 서울문화재단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을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했다. 때문에 독립성 논란도 불거졌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안에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을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분리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지켜졌던 자율성, 독립성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왼)과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사진=남산예술센터] |
이 이야기는 올해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6편 중 하나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작가 이양구와 연출 류주연이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9월18~29일)를 통해 극장을 둘러싼 현재진행형 이슈와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양구 작가는 "원래 조선총독부 땅이던 드라마센터가 서울예대에서 사유재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복잡해 이를 어떻게 보여줄 지 고민 중"이라며 "연극인들에게 극장은 전부다. 행정기관이든, 정부든, 지자체든 안 건드리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2018 시즌 프로그램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원작 장강명, 각색 정진새, 연출 강량원, 10월9~27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작가 배해률, 연출 구자혜, 4월17~28일) △세월호 참사를 다룬 '명왕성에서'(작/연출 박상현, 5월15~26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Human Fuga(휴먼 푸가)'(원작 한강, 공동창작/연출 배요섭, 11월6~17일)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묵적지수'(작가 서민준, 연출 이래은, 6월26일~7월7일)이다.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사진=남산예술센터] |
올해 남산예술센터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은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연극적 방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우연 극장장은 "올해 프로그램들의 수식어는 '여전히 남아있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이다. 사회적 참사라고 불려지는 여러 일들을 몇 년간 겪고 있는데, 한 번도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연극을 책임지고 있는 창작자들은 이러한 사건을 빨리 종결짓기보다 계속해서 담론화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제작 전 단계의 작품 콘텐츠를 사전 공유하는 공모프로그램 '서치라이트(Searchwright)'(3월19~29일)도 진행한다.
남산예술센터 2019년 시즌 프로그램 중 상반기 공연 3편 '7번국도', '명왕성에서', '묵적지수'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이 오는 2월7일 오후 2시에 오픈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