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인의 저조한 저축률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 정부 셧다운 사태를 계기로 ‘민낯’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분적인 폐쇄로 일손을 놓게 된 80만명의 직원들과 그 밖에 비즈니스가 마비된 정부 조달 업체 직원들의 급여가 끊어진 것은 불과 1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
미국 뉴욕 맨하탄의 문 닫힌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연방정부 직원들이 셧다운을 중단하라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들 사이에 주택 월세부터 신용카드 대금 결제, 심지어 식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미국 샐러리맨들의 가계 재정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실태를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0시부터 벌어진 정부 셧다운 사태 이후 신규 실업수당을 신청한 이들은 수 천명에 이른다.
당장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월세를 낼 돈이 없다는 것이 신청자들의 얘기다. 신용카드에 의존해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대금 결제가 연체되면 신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카드 사용이 정지될 수도 있다.
뱅크레이트가 실시한 미국인 저축 실태 조사는 수입원을 잃은 지 약 4주만에 샐러리맨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유를 짐작케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직장인 가운데 실직을 포함한 비상 사태가 발생할 때 3~5개월간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저축을 해 둔 이들이 18%에 불과했고, 6개월 이상 생활비를 확보한 이들도 29%에 그쳤다.
1~3개월치의 예비 자금을 갖고 있다는 미국인도 22%로 낮았고, 단 하루치의 생활비도 저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은 23%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예기치 못한 일로 소득이 끊어지는 상황을 경험한 미국인은 34%로 집계됐다. 2020년 경기 침체 경고가 끊이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바닥권의 저축률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리크루팅 업체 커리어빌더의 조사에서 약 80의 직장인이 저축할 여유 없이 그 날 벌어 그 날 살기 바쁘다고 답했다.
미국의 재정설계 전문가 겸 저자인 데이브 램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가정의 전기가 끊어지고 학업을 마치고 독립했던 자녀들이 부모에게 돌아오는 상황은 비단 셧다운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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