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오토바이, 서울서 매년 2000대 웃돌아
골머리 앓는 자치구..."소유자 확인조차 어려워"
전문가 "소유자 스스로 폐차장 찾도록 유도해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영동대교 북단 인근의 한 골목길. 오토바이 4대가 세워져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토바이에는 뿌연 먼지가 쌓여 있었다. 좁은 길에 버려진 탓에 이곳을 지나는 차와 보행자는 불편을 겪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골목에 방치된 오토바이. 오토바이엔 번호판이 없어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28. sun90@newspim.com |
길에 버려진 오토바이는 통행 방해뿐 아니라 길거리 미관도 해친다. 오토바이 엔진과 배터리 등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폐차 관리가 엉망이다 보니 사람들이 골목길이나 야산에 오토바이를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단방치 오토바이, 서울만 2000대...처리 어려워 ‘골치’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무단방치 오토바이 처리 건수는 매년 2000건을 웃돌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5년 2012건 △2016년 1988건 △2017년 2305건 △2018년(6월말) 892건에 달한다.
오토바이에 대해 구청은 법에 따라 소유자에게 자진처리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대부분 오토바이가 번호판 없이 버려져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토바이를 바로 수거할 수도 없다. 구청은 해당 오토바이에 견인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고 자진처리 안내문을 주소지로 발송한다. 20일 넘는 기간이 걸린다.
무단방치 오토바이에 대한 강제처리를 예고하는 안내문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28. sun90@newspim.com |
제대로 된 처벌도 어렵다. 소유자는 무단방치 오토바이를 자진 처리한 경우에 20만~3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불응하면 범칙금 100만~150만원을 내야 하지만 오토바이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범칙금을 부과하기 힘들다.
서울 광진구청 관계자는 “번호판이 없다 보니 자진처리를 명령하는 것부터 범칙금 부과까지 아무것도 안 된다”며 “결국엔 폐차 처리로 그친다”고 말했다.
◆폐차장도 꺼리는 오토바이...“제도 보완 필요”
오토바이를 폐차하는데 드는 비용이 큰 탓에 무단방치가 난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폐차장조차 방치 오토바이를 처분하기를 꺼린다. 길가에 버려진 오토바이를 수거하고 옮겨서 폐차하는데 드는 인건비와 주유비 등은 크게 올랐지만 고철 가격은 떨어진 게 그 이유다.
서울의 한 폐차장에 세워진 방치 오토바이. 폐차장 관계자는 "방치 오토바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폐차로 얻는 고철비보다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28. sun90@newspim.com |
한 폐차장 관계자는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폐차하는데 오히려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방치 자동차도 넘겨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도 수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진구청 관계자도 “방치 오토바이 대부분이 써먹지 못하는 상태로 버려진다”며 “폐차하더라도 오히려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토바이에 대한 폐차 제도가 제대로 완비되지 않고서는 무단방치 오토바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토바이는 사용신고제라 말소 신고만 하면 길이나 강에 버려도 된다”며 “오토바이 폐차뿐 아니라 보험이나 검사제도도 엉망인데 국토부는 ‘나 몰라라’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오토바이 방치 개선과 관련해 “이륜차 소유자가 스스로 폐차장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륜차를 살 때 20만원 정도 보증금으로 내게 하고 폐차할 때 돌려주는 것도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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